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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해 봐” 막무가내 지시…회의감 드는 직장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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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10 16:00:00 수정 : 2018-10-10 16: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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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해와 봐.”

A기업 임원이 프로젝트를 맡기며 지시를 내리자 담당팀이 비상이 걸렸다. 첫 보고에서 B임원은 “답답하네, 그렇게 의중을 모르냐”고 다그쳤다. 두 번째 보고에선 “시킨 것만 하냐”고 했다. 프로젝트 결과를 보면서 CEO가 내뱉은 첫 마디는 “이게 뭐야?”였다. 팀은 또다시 야근을 시작했다.

A제조업체 한 직원은 “경영진 지시사항이니 열일 제쳐두고 무조건 빨리 하라는 풍토, 모호한 지시 해석하느라 오락가락하는 업무방향, 과도한 보고서 꾸미기 덕에 연일 야근”이라면서 “대체 왜 이렇게 일해야 하는지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 직장인들은 업무 방식하면 ‘삽질·비효율·노비’ 등을 떠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유는 ‘이심전심’과 ‘상명하복’을 바라는 구시대적 리더십과 소통문화 때문이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0일 직장인 4000명을 대상으로 국내 기업의 업무방식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결과 직장인들은 업무방식 종합점수를 100점 만점에 45점을 줬다. 구체적으로 보면 ▲업무 방향성(업무의 목적과 전략이 분명하다) 30점 ▲지시 명확성(업무지시 시 배경과 내용을 명확히 설명한다) 39점 ▲추진 자율성(충분히 권한위임을 한다) 37점 ▲과정 효율성(업무추진 과정이 전반적으로 효율적이다) 45점 등으로 모든 면에서 50점을 밑돌았다.

업무과정이 비합리적인 이유(복수응답)는 원래부터 의미 없는 업무(50.9%)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전략적 판단 없는 ‘하고 보자’식 추진관행(47.5%), 의전·겉치레에 과도하게 신경(42.2%), 현장실태 모른 채 탑다운(Top-down) 전략 수립(41.8%), 원활하지않은 업무소통(40.4%), 상사의 비계획적 업무지시(38.8%) 등이라고 지적했다.

업무방식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비효율’, ‘삽질’, ‘노비’, ‘위계질서’ 등 부정적인 단어가 86%를 차지했다. 반면 ‘합리적’, ‘열정’, ‘체계적’과 같은 긍정적인 단어는 14%에 그쳤다.

워라밸이 낮은 원인으로는 불필요·모호한 업무(30.0%), 무리한 추진일정 설정(29.5%) 등이 꼽혔다.

때문에 회사업무를 하며 보람을 느끼기 어렵다고 응답한 직장인이 71.0%나 됐다. 직원은 회사의 소모품이라고 생각하는 직장인도 57.4%나 됐다.

업무방식에 대한 체감도는 세대별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업무 합리성’에 대한 임원의 긍정적 답변율은 69.6% 였지만, 사원은 32.8%를 기록해 2배 정도 차이가 났다.

‘동기부여’의 긍정적 답변율도 임원은 60.9%에 달했지만 사원은 20.6%에 그쳐 약 3배 차이가 났다.

이경민 이머징 리더십인터벤션즈 대표는 “요즘 젊은 세대를 그저 워라밸만 챙기는 개인주의자로 바라보기보다 동기부여나 자기 성장을 바랄 수 없는 업무과정을 겪으며 일 대신 회사 밖 삶을 선택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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