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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 모형에도 창작성 인정? [알아야 보이는 법(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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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10 12:54:38 수정 : 2023-12-10 23: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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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는 서울 광화문이나 숭례문 등의 건축물 평면 설계도를 우드락으로 조립할 수 있는 입체 퍼즐을 제조·판매해왔다. 어느날 A사는 B사에서 자사와 유사한 제품을 팔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알고 보니 B사는 A사에서 그만둔 직원들이 설립했다. A사는 자사 제품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B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B사의 행위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까?

 

경복궁의 정문 광화문을 각각 본뜬 모형.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위 송사를 둘러싸고 다음 두가지 사항이 쟁점이었습니다. ▲건축물 모형이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는지 여부 ▲저작권을 침해했는지 여부입니다.

 

A사가 침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사의 제품인 건축물 모형이 저작물로 보호를 받는 대상이어야 합니다. 저작권법 2조 1호에 따르면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며 창작성을 요구합니다. 여기서 창작성을 인정받으려면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한 게 아닌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야 합니다. 즉 A사가 건축물을 단순히 축소하기만 했다면 저작물로서 보호받을 수 없지만, 그 과정에서 이 회사만의 특징이나 개성을 나타냈다면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A사는 실제 건축물을 축소해 모형의 형태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높이에 대한 강조를 통해 변형했습니다. 색과 모양 등도 달라 저작자의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서 특징이나 개성이 드러난 만큼 창작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실제 존재하는 건축물을 축소한 모형이 충실히 모방하면서 단순히 축소한 것에 불과하거나 사소한 변형만 가한 경우에는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그러한 정도를 넘어서는 변형을 가해 실제 건축물과 구별되는 특징이나 개성이 나타난 경우라면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어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2016다227625 판결)고 판시하면서, A사 제품의 저작물성을 인정했습니다.

 

즉 대법원은 A사가 건물을 축소해 모형으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특징이나 개성을 드러냈다고 보아 창작성을 인정했습니다. A사 제품은 저작물의 요건인 창작성을 충족했으므로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A사 제품이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다고 인정됐다면 B사가 이를 침해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실질적 유사성과 의거성을 충족해야 합니다. 실질적 유사성을 살핀다는 것은 피고의 물건이 원고의 저작물 중 창작성이 인정되는 부분과 유사한 지 판단한다는 뜻인데, 위 사례를 예로 들면 원건축물의 창작적 표현이 아닌 A사가 원건축물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발휘한 창작성을 놓고 비교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릅니다. A사의 창작성이 인정된 부분이 B사 제품에 그대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었습니다.

 

의거성을 살핀다는 것은 피고의 제품이 원고의 저작물에 의거해 만들어졌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복제권이나 2차적 저작물의 작성권 침해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대비 대상이 침해됐다고 주장하는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해 제작됐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위 사례에서 A사를 나온 직원들이 B사를 설립해 제품을 만들었다는 점, A사 제품과의 유사성이 인정된다는 점 등에 의해 의거성도 인정되었습니다.

 

위 사례에서 숭례문과 광화문은 오래된 건물이기 때문에 건물 자체의 저작권이 이미 소멸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경우에는 건축물도 그 자체로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되기 때문에 모형 제작업자는 건축물 저작권자로부터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도 주의해야 합니다.

 

본 판결은 실제 건축물을 축소해 만든 입체 퍼즐도 실제와 구별되는 특징이나 개성이 나타나 있으면 창작성이 인정돼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의의가 있습니다.

 

 

김명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mhkim@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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