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2돌 한글날을 앞둔 가운데 우리나라 국민 100명 중 17명만이 한글을 만든 주체가 세종대왕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교과서마저도 훈민정음 창제 내용을 다루는 과정에서 모호한 표현을 쓰거나 틀린 내용을 기술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총체적인 문제점이 관찰된다.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가 지난달 13일부터 14일까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우리나라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한글 창제에 대한 국민 인식’ 설문조사를 한 결과,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가 함께 ‘한글’을 만들었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이 55.1%로 나타났다.
세종대왕이 지시하고 집현전 학자가 만들었다는 답변은 24.4%, 모르거나 응답하지 않은 비율은 3.5%로 조사됐다. 세종대왕이 몸소 만들었다며 제대로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17.0%로 조사됐다. 국민 100명 중 17명만이 훈민정음 창제 관련 내용을 알고 있었다.
![]() |
| 제571돌 한글날인 지난해 10월9일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 '세계의 유산 한글, 아이들과 함께' 행사. 세계일보 자료사진. |
한글문화연대에 따르면 세종대왕은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에서 “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 한자와는 서로 통하지 아니하여서 이런 까닭으로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으니라”라며 “내가 이것을 가엾게 생각하여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드니,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익혀서 날마다 쓰는 데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라고 했다.
세종실록에도 “이달에 임금께서 친히 언문 스물여덟 자를 만들었다(是月, 上親制諺文二十八字)”라는 문장이 기술됐다.
훈민정음(한글)은 세종대왕이 눈병에 시달려가며 몸소 만들었으며, 집현전 학자들은 세종의 가르침과 지시에 따라 한글 안내서인 ‘훈민정음’ 해례본 집필에 참여했다. 집현전 학자들이 만든 건 글자인 ‘훈민정음’이 아니라 제목이 ‘훈민정음’인 책이었다.
한글문화연대는 훈민정음 창제 주체를 대중이 제대로 모르는 이유가 역사적인 사실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교과서 오류에 있다고 지적했다.
연대가 제공한 ‘초중고 사회·한국사 교과서의 한글 창제자 소개 내용 분류’를 보면 조사대상 총 17종 교과서 중 ‘몸소’ 세종이 한글을 만들었다고 밝힌 교과서는 4종에 불과했다.
현재 초등학교 5학년이 쓰는 사회과 국정교과서에는 “훈민정음(한글)은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이 직접 만들어 반포하였으며”라는 문장이 들어있다.
일부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도 세종이 집현전 학자와 함께 노력하여 훈민정음을 만들었다고 반영됐다. 일부 고교 한국사 교과서도 세종이 집현전 학자에 지시를 내리거나 모두가 힘을 합해 훈민정음을 창제했다는 등의 읽는 이가 다소 오인할 여지가 있는 표현을 사용했다.
연대가 제공한 ‘중학교 3학년 국어 교과서 14종의 한글 창제자 소개 내용 분류’ 자료에서는 모든 교과서가 세종을 한글 창제의 주체로 밝힌 것으로 조사됐다.
![]() |
| 한글문화연대가 제공한 '초중고 사회·한국사 교과서의 한글 창제자 소개 내용 분류(2018. 10. 01.)' 자료. |
![]() |
| 한글문화연대가 제공한 '초중고 사회·한국사 교과서의 한글 창제자 소개 내용 분류(2018. 10. 01.)' 자료. |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는 “한글 창제의 주역을 세종이라고 믿지 않는 순간 세종의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을 믿을 수 없게 되고, 세종의 애민 정신과 당대의 업적을 모두 불신하게 된다”며 “더구나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을 믿지 못한다면 그 책에서 밝힌 훈민정음 창제의 원리조차 믿을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글은 문창살을 보고 만들었느니,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가림토 문자를 베꼈다느니, 파스파 문자와 같은 외국 문자를 모방했다느니 하는 억측까지 일어나는 것“이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춘렬 칼럼] ‘AI 3대·반도체 2대 강국’의 현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0/20/128/20251020518406.jpg
)
![‘주사 이모’가 사람 잡아요 [서아람의 변호사 외전]](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03/128/20251103514866.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