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튜브 규제 움직임에… 野 "국민 비판부터 받아들여야"

‘가짜뉴스와 전쟁’ 놓고 충돌 / 보수진영이 장악한 유튜브 / 정치·시사 채널 구독자 102만명 / 정규재·신혜식 등 우파논객 주도 / 한국당 채널 독자도 민주당 3배 / 가짜뉴스 근절 법제화 이견 / 정부, 유튜브 가짜뉴스 온상 지목 / 與, 獨·英과 비슷한 수준 규제 추진 / 野 “현행법으로 충분히 가능” 제동

정부의 ‘가짜뉴스 전쟁’ 선포에 보수 야당이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이 보수진영이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 온라인 동영상 채널 유튜브(youtube)의 1인 미디어 단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3일 기준으로 보수진영의 유튜브 정치·시사 채널에 가입한 구독자 수는 102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8월 35만명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각각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큰 차이를 보인다. 민주당의 ‘민주TV’는 9030명에 불과하지만, 한국당의 ‘오른소리’는 2만6997명이었다. 3배 가까운 격차다.

특히 정치·시사 분야 콘텐츠를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보수진영이 압도하고 있다. 기존 언론사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구독자 수를 자랑하는 채널은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다. 26만4371명이 구독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22만8263명이 보고 있는 ‘신의한수’는 우파 논객 신혜식씨가 운영하고 있다. ‘황장수의 뉴스브리핑’의 경우 22만5787명이 구독하고 있고, 대표적 보수 논객인 ‘조갑제TV’의 경우 15만3968명의 구독자 수를 확보하고 있다.

이에 비해 진보진영은 열세를 보인다. 가장 많은 구독자 수를 확보한 ‘미디어몽구’가 17만2839명, 딴지방송국과 ‘김어준의 다스뵈이다’가 11만9268명에 머물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가짜뉴스 단속을 지시한 이유는 최근 일부 유튜브가 가짜뉴스를 양산해 여론을 호도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신의한수’에서는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을 흘렸고, ‘뉴스타운TV’는 지난 7월 ‘노회찬 타살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총리 역시 지난달 베트남 방명록 내용을 왜곡하는 가짜뉴스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정부와 민주당은 가짜뉴스가 유튜브를 통해 생산·유포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유튜브는 모바일 데이터 무료정책에 탄력을 받으며 사용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우리 국민의 유튜브앱 사용시간이 카카오톡앱 사용시간을 넘어섰다.

가짜뉴스 근절 법제화를 둘러싼 여야의 신경전은 정기국회에서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민주당은 정부의 단속 방침에 맞춰 법제화에 서두르고 있다. 당 차원의 ‘가짜뉴스 대책단’도 지난 1일 박광온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꾸렸다. 이해식 대변인은 “민주주의와 공동체 수호 차원에서 가짜뉴스에 대한 의법조치와 제도 개선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혐오 표현에 대한 강력한 처벌 규정을 마련한 독일이나 가짜뉴스 확대 방지를 위해 다양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 영국 등 유럽과 비슷한 수준으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여권의 입장이다. 언론중재위원회나 해당 언론사가 정정보도를 한 내용을 계속 유포하거나 법원 등에서 허위로 판단한 정보를 가짜뉴스로 분류하고 단속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허위사실 유포는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규제가 가능해 불필요한 추가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양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유튜브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제기되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정당한 비판은 달게 받아들이고 반성부터 해야 하는 것이 순서”라고 꼬집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박대출 의원은 “유튜브 1인 방송 탄압의 전주곡으로 보인다”며 법안 저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달중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