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원과 학술원의 영문 표기를 자세히 보면 미묘한 차이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대한민국예술원’을 영어로 적은 표현은 ‘The National Academy of Arts, The Republic of Korea’이다. 그리고 ‘대한민국학술원’의 영문 표기는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Republic of Korea’이다.
◆대개의 경우 정관사 없이 ‘Republic of Korea’로만 표기
차이는 바로 대한민국을 뜻하는 ‘Republic of Korea’ 앞에 정관사 ‘The’를 붙였느냐 안 붙였느냐에 있다. 예술원은 정관사를 붙인 표현을, 학술원은 정관사를 생략한 표현을 각각 택한 셈이다. 일반인으로선 둘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는 건지, 아니면 어느 한 쪽이 표기에 실수를 저지른 것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우리 국민이 해외여행을 할 때 소지하고 다녀야 하는 여권 역시 겉표지에서 ‘대한민국’을 ’Republic of Korea’로만 번역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영어로 적을 때도 그냥 ’Republic of Korea’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미합중국(미국)을 쓸 때 ‘The United States of America’라고 표기해 꼭 정관사 ‘The’를 붙이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렇다고 예술원처럼 ‘The Republic of Korea’로 번역하는 게 틀렸다는 얘기는 전혀 아니다. 한 유명 영어강사는 “미국을 뜻하는 ‘the United States’에서 반드시 정관사 ‘the’를 붙이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며 “우리나라도 ‘the Republic of Korea’라고 쓰기도 하는데 여기서 ‘the’를 쓰는 것은 표현 대상이 유일무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대한민국 청와대나 대한민국 대통령, 대한민국 정부처럼 대한민국에서도 단 하나뿐인 기관을 지칭할 때에는 정관사 ‘the’를 붙여도 타당하다는 것이다.
실제 청와대 영문 로고는 대한민국을 정관사가 붙은 ‘The Republic of Korea’로 표기하고 있다. 대한민국헌법을 영어로 적을 때에도 역시 ‘Constitution of The Republic of Korea’라고 한다.
한 영어 전문가는 같은 대한민국을 예술원은 ‘The Republic of Korea’로, 학술원은 그냥 ‘Republic of Korea’로 서로 달리 표기한 것에 대해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 할 수는 없다”며 “예술원 측이 ‘대한민국’이란 정식 국호를 좀 더 공식적으로 표현하고, 또 예술에 있어 한국의 유일무이한 권위있는 기관임을 강조하고자 정관사 ‘the’를 붙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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