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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순기능 많아” vs “동물권 침해”…뽀롱이가 우리에게 남긴 논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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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22 08:00:00 수정 : 2018-09-22 18:2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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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확산되는 동물원 폐지 논란
대전 오월드를 탈출해 사살된 퓨마 암컷 뽀롱이의 생전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최근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탈출한 퓨마 한 마리가 4시간의 ‘자유’를 누리다가 사살되면서 동물원 동물들에 대한 ‘동정론’이 일고 있다. 광활한 대지를 뛰어다녀야 할 야생동물 퓨마가 인간의 필요에 의해 좁은 동물원에 갇혔고 결국 한 직원의 실수로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동물원을 폐지하라’는 청원이 빗발쳤고 동물단체는 동물원 폐지를 주장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동물원은 전통적인 유희적 기능뿐 아니라 교육적 측면, 희귀동물의 종 보전, 동물 연구 등을 명분으로 운영되고 있다. 동물원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좁은 우리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는 야생동물의 동물권과 미흡한 동물원법의 문제를 지적한다.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올라온 동물원 폐지 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뽀롱이 죽음으로 쏟아지는 동물원 폐지 국민 청원

안타깝게 죽음을 맞이한 뽀롱이의 사연이 널리 알려지면서 동물원을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퓨마 사살 이후 동물원 관련 청원이 200건 넘게 올라왔다. ‘동물원을 폐지해주세요’, ‘동물을 해치는 동물원을 폐지합시다’ 등의 청원은 20일 오후 기준 각각 5만명, 2만4000명이 넘는 국민 참여를 받았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 청원자는 “동물 입장에서 1평짜리 유리방에 갇혀 아무것도 못 하는 상황인데 문이 열리면 당연히 탈출하지 그게 어떻게 동물 잘못이냐”며 “야생동물을 보호해야한다는 명분으로 동물원이라는 감옥에 가둬둔 거면 보호소의 도움을 받아 생명을 보호할 생각을 해달라”고 동물원 폐쇄를 촉구했다. 다른 청원자도 “동물을 해치는 동물원을 감히 동물원이라고 부를 수 있겠느냐”며 “동물을 단순한 구경거리로 소비하는 것을 멈춰달라”고 거들었다.

◆동물단체들도 가세...“가두는 건 야생동물에 큰 고통”

동물단체도 동물원 폐지 여론을 거들었다. 동물단체 ‘케어’는 19일 공식 페이스북에 “#동물원에가지 않기 해시태그 공유하자”는 글을 남겼다. 케어는 “야생동물을 가두어 놓고 인간의 볼거리용으로 고통을 주는 전시행위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며 “제가 있어야 할 야생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영문도 모르고 죽어갔을 퓨마에게 사과한다. #동물원에 가지 않기 해시태그에 동참해 달라”고 했다.
지난 19일 동물단체 케어의 “동물원 가지않기” 캠페인. 페이스북

동물단체 ‘동물해방물결’도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11일 칠갑산 자연휴양림에서 전시되다 탈출한 일본원숭이가 사살된 지 일주일 만에 퓨마 한 마리가 같은 상황과 이유로 사살됐다”며 “동물원이 존립하는 이상 인명을 위협하는 야생동물의 탈출은 예견된 것이고 앞으로도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동물원의 동물들은 탈출하지 않고 평생 갇혀 구경거리가 되거나 본능적으로 탈출을 감행하다 사살되는 등 고통을 짊어지며 살고 있다”며 “동물을 철창 가두고 관람하는 시설이 얼마나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인간-비인간 관계를 끌어낼 수 있겠느냐”고 동물원의 실태를 비난했다.

◆ 인간의 유희를 위해 등장한 동물원→현대에는 교육+희귀종 보존+동물연구 순기능

하지만 동물원은 전통적인 유희적 기능뿐 아니라 교육적 측면, 희귀동물의 종 보전, 동물 연구 등을 명분으로 운영돼 왔다는 점에서 폐지를 쉽게 판단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18일 대전 중구 대전동물원에서 퓨마 1마리가 우리를 탈출해 포획에 실패해 사살한 뒤 동물원 내 동물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뉴시스

20일 학계 등에 따르면 최초 동물원의 목적은 인간의 유희였다. 고대 이집트와 중국 은나라 등 왕과 귀족들은 희귀한 동물들을 취미로 수집해 길렀는데 그것이 동물원의 시초라고 알려져 있다.

근대적인 최초 동물원인 1752년 오스트리아 빈의 빈 쉰브룬 동물원도 프란츠 1세가 마리아 테레사 왕비를 위해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듯 귀족 계층의 부와 명성을 뽐내던 동물원은 1800년 초 유럽 전역에 유행했고 많은 동물이 관람객의 기쁨을 위해 좁은 우리 안에서 살아가기 시작했다.

1970년대 들어 전세계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커지며 동물원의 ‘교육적 기능’과 ‘동물 보존’이 강조됐다. 이때부터 동물의 원산지와 비슷한 지형과 식생을 구현한 전시관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동물이 서식하는 환경을 인간이 직접 접촉하는 형태의 동물원도 나타났다. 즉 현대 동물원은 전통적인 유희적 기능을 비롯해 동물 교육적 측면, 동물의 종 보전, 동물 연구 등 기능을 강조한다. 아이들은 동물원에서 자신이 평소에 접해보지 못했던 또 다른 하나의 생태계를 탐구할 수 있게 되고 생태계가 인간과 끊을 수 없는 연결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동물원은 멸종 위기종들의 보호 역할을 한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유럽들소나 프세발스키 말, 하와이기러기 등은 동물원의 노력으로 멸종 직전에서 벗어났다. 중국의 사슴 사불상은 원산지인 중국에서 멸종했지만 영국 동물원인 베드퍼드 공작령이 번식에 성공해 각국의 동물원에 보내져 사육되는 종이다.

◆ 좁은 우리에 갇혀 야생성 잃어가는 동물들

여러 순기능에도 동물원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동물원이란 제한된 공간에서 제대로 된 사육환경이 보장될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야생을 뛰어다녀야 할 동물들은 좁은 우리에 갇혀 야생성을 잃고 있고 법적으로 정해진 사육기준도 동물권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8일 대전오월드 동물원에서 탈출한 퓨마 뽀롱이는 8년간 340㎡ 크기의 사육장에서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수 킬로미터를 달려야 하는 퓨마에겐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특히 뽀롱이 새끼들은 같은 자리를 계속 반복해 오가는 행동을 보였는데 이는 좁은 공간에 갇힌 동물들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정형행동’으로, 전문가들은 이를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관련 법은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5월 동물원의 사육동물에게 최소한의 사육환경을 보장하자는 취지로 동물원·수족관법이 마련됐지만 동물의 적절한 감독, 관리 기준 등 동물권에 대한 조항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동물원법에 따르면 퓨마, 재규어 같은 동물은 14㎡이상의 면적만 확보하면 기를 수 있는데 대전 동물원 우리의 24분의 1 크기의 사육장에서도 퓨마를 기를 수 있어 동물권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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