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쟁점은 고궁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각종 변형 한복을 한국 전통의 한복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다.
많은 한복대여점에서 대여하는 변형 한복은 반짝이 한복, 통치마 한복, 리본이 달린 한복 등 전통적 한복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한쪽에선 의복 문화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것으로 한복의 디자인 역시 시대의 유행과 요구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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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상윤 기자. |
고궁에서 관광객과 젊은 층이 한복을 활발하게 입기 시작한 것은 2015년 각 지방자치단체가 고궁 한복 무료입장을 실시하면서다. 이와 함께 고궁 주변에는 한복대여점들이 줄지어 생겨나기 시작했고 한복대여 경쟁이 격화했다. 이에 따라 한복대여점에는 화려하고 값싼 재질의 한복들이 자리 잡았고 한복에 대한 전통성 논쟁이 시작했다.
현재 고궁 인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한복들은 상당수가 변형된 한복이다. 단아한 전통한복과 달리 변형 한복은 은박, 금박이 첨가됐고, 새겨진 문양도 전통문양이 아닌 식물, 별 등 다양하다. 치마는 쇠로 고정해 드레스처럼 부풀려졌고 기장도 다소 짧다. 저고리 옷고름은 전통한복과 달리 뒤에 있는 경우가 있으며 지퍼, 찍찍이로 옷을 고정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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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쪽 리본이 달린 변형 한복(왼쪽)과 금박에 드레스를 연상시키는 변형 한복. 종로구 제공 |
현재 이들 한복은 고궁 무료입장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문화재청의 ‘한복무료관람 가이드라인’에선 전통한복과 변형 한복(생활한복)을 따로 구분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남녀가 한복을 바꿔 입어서는 안 되며 윗옷은 여미는 깃 형태여야 하고 상·하의를 잘 갖춰 입어야 한다는 기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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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김경호 기자 |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등 주요 고궁이 위치한 서울 종로구는 변형된 한복의 전통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11일 서울 종로구청에서 열린 ‘한복토론회’에서 “종로구가 전통의 마을이고 전통을 잘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한복을 권장하고 잘 입어보자 했는데 왜곡돼 걱정이 많다”며 “전통이 아닌 한복까지 혜택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한복의 전통성 훼손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권미루 한복활동가는 이날 토론회에서 “다양성을 존중하지만 현재 대여한복이 전통에서 벗어난 코스튬 플레이에 가깝다는 의견도 있다”며 “시중에 많은 한복들에 어떤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것인가, 미래에 대한 가치를 어떤 걸 부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해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전통문화대학 김정숙 교수도 “요즘 (대여한복은) 한복특유의 평면재단이 사라졌다. 바닥에 놓았을 때 평면이 되지 않는다”며 “과도한 후프 속치마 등 다른 측면에서도 전통적인 한복이라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한복에는 속옷도 제대로 갖춰 입어야 하고 화려한 금은방장식을 안 해도 단아한 멋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며 “현대사회에서 전통이 사라지는 건 짧은 시간이지만 전통을 다시 만드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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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남정탁 기자 |
반면 대여한복의 디자인은 ‘유행에 따른 변화’라는 주장도 있다. TV 속 사극에도 전통에서 벗어나 화려함을 강조한 한복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한복 인증에서도 대여한복 디자인들이 선호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복디자이너 이효재씨는 이날 토론회에서 “유명 연예인들의 무대의상 주문을 받을 때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사진을 보고 만들어 달라고 하는데 이 또한 고증에서 아주 벗어난 한복 의상”이라고 털어놨다. 결국 한복의 전통성이 문화의 유행과 전통사이의 복합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한복대여점을 운영하는 황선정 대표도 외국인 관광객이 전통한복보다 변형된 한복을 더 선호하는 측면을 설명했다. 황 대표는 “피부가 검은 외국인에게 전통한복을 줬을 때 (변형 한복과) 반응이 다르고, 히잡 등 노출을 꺼리는 문화권 외국인은 한복의 트여있는 부분에 민감해 옷핀으로 닫아달라는 분들도 있다”며 “전통한복의 가격을 내리고 개량한복을 비싸게 받는다 해도 외국인들은 가격을 떠나서 스타일을 본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는 이어 “지금 시점에서 보면 현재 개량한복도 유행이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런 한복들을 ‘틀리다’가 아니라 ‘다르다’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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