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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법인이 기업 생명줄 ‘쥐락펴락’

입력 : 2018-09-12 20:48:17 수정 : 2018-09-12 20:4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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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건설 사례로 본 문제점 / 회계법인 ‘의견거절’ 땐 상장 폐지 / 재감사 비용 크게 높여 요구해도 / 기업선 울며 겨자 먹기식 수용 / “거래소가 상폐 결정” 개선 목소리 50년 역사의 성지건설은 8월 말 사실상 ‘퇴출 명령서’를 받았다. 회계 재감사를 진행한 대형 회계법인이 ‘의견거절’을 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상장규정(48조)은 재무제표 감사의견이 ‘부적정’이거나 ‘의견거절’인 경우 상장을 폐지토록 하고 있다.

성지건설은 재감사 비용으로 20억원 가까이 지출했다. 본감사 비용(1억여원)의 20배에 육박한다. 디지털 포렌식(forensic·컴퓨터, 휴대전화상 삭제된 데이터 복구·분석 등의 작업) 비용 5억여원 등 정밀감사 내역이 추가된 영향도 있지만 처음 감사를 한 회계법인에 다시 감사를 맡기는 비용도 7억여원으로 6배가량 뛰었다. 

재감사 비용은 왜 이렇게 폭증하는 것일까. 해당 회계법인 관계자는 12일 “확 높여 부르는 데는 사실 재감사를 맡고 싶지 않다는 거절의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이미 의견거절을 했는데 우리에게 또다시 맡기지 말라는 뜻”이라는 설명이다. 그런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엄밀히 보면 현행 감사제도와는 부합하지 않는 설명이다. 한국거래소는 본감사에서 ‘합격점’을 받지 못한 기업이 이의신청을 하면 본감사를 진행한 회계법인에 재감사를 맡기는 조건으로 개선기간을 부여한다. 회계법인이 재감사 비용을 확 올려불러도 기업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회계법인의 의견이 곧바로 기업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짓는 구조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의견거절이 나오더라도 거래소가 독립적으로 판단해야지 의견거절이면 바로 상폐로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감사인(회계법인)으로서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감사인은 의견을 낼 뿐인 건데 이 게 바로 상폐로 직결되다 보니 협박에 시달리고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일까지 벌어진다”고 말했다.

이런 터에 성지건설의 경우처럼 재감사 보고서에 하자가 있다면 논란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회계법인은 첨부자료에 성지건설 재고자산실사 장소로 ‘울산공장, 여수공장, 오창공장’을 제시했는데 성지건설엔 이런 공장이 없다. 성지건설 관계자는 “엉터리 자료를 갖다붙여도 걸러지지 않다니, 회계법인이야말로 내부통제 시스템이 먹통인 셈”이라고 말했다.

감사보고서 자체도 논란 중이다. 회계법인의 의견거절 이유는 “회계처리가 적정한지 확인할 수 있는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할 수 없었다”는 것인데, 성지건설은 “감사증거를 확보할 수 없었던 게 아니라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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