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배경에는 남성들의 사회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여성의 화장과 다르다는 얘기다.
■ 지난날 남성 화장품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과거 남성을 겨냥한 화장품은 남성과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됐다.
업계는 남성도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가 있고 이에 자신을 돋보이려고 화장할 거로 판단했다.
이 판단이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복잡한 과정이 뒤따르는 화장을 남성이 인내하며 따라 할 것이라는 생각은 큰 착오였다.
또 화장하는 남성이 있지만 그 수가 매우 적고, 연예인이나 모델 등 특정 직업을 가진 남성이 아닌 이상 대중화가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시장이라고 말하기조차 민망한 지경이었다.
이는 일본 사회의 엄격함과 남의 눈을 의식하는 분위기와도 연관성이 있는데, 남성이 화장하고 싶어도 사회 분위기는 그렇지 못했고, 지금도 그렇다.
분위기는 변함없는데 업계는 왜 남성용 화장품을 출시하는 걸까?
![]() |
지난 3일 일본 열도에 상륙한 남성 메이크업 제품. 여성의 화장과는 다르다. 남성의 화장은 결점을 보완하여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이 포인트다. (사진= NHK 방송화면 캡처) |
아이러니하게도 업계는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서 힌트를 얻었다.
‘남성의 화장은 여성과 다르고 달라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업계는 남성들의 사회생활에 주목했다.
바깥 활동이 많은 남성들은 대인관계 시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주길 바라며 미소와 친절, 매너로 상대를 대하며 계약 등 중요한 자리에서 노력을 기울이지만, 첫인상을 결정짓는 얼굴의 결점. 예를 들면 다소 보기 좋지 않은 점이나 여드름 자국 등을 감출 수 있는 방법을 몰랐다.
이에 대인관계에서 ‘좋은 인상’, ‘밝은 이미지’ 등에 대한 욕구가 발생하고, 복잡하지 않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요구가 나왔다.
이러한 요구는 10대~30대 젊은 남성이 주를 이루는데, 기성세대와 달리 개방적이기도 한 이들은 외모 가꾸기에 대한 관심과 함께 인생 기로의 취업이나 미숙한 사회생활, 대인관계에서 상대에게 더 좋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을 업계는 남성 화장품 출시 약 3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기껏해야 얼굴 점을 빼야겠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에게 ‘빼지 않아도 된다‘고 답을 찾아준 것이다.
■ 남성 화장품…다양하지만 간단하고, 자연스러움이 포인트
최근 국내에서도 유명한 해외 브랜드 C사와 P사가 내놓은 남성 화장품의 핵심은 ‘간단·명료’다.
앞서 여성의 화장처럼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으며, 화장 후 화장하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운 연출이 남성 고객에게 만족감을 주고 있다. 화장 전후 비교될 만큼 밝게 보이는 피부 톤, 잡티 가림 등 ‘화장의 기본’을 잊지 않은 결과다.
또 여성보다 땀을 많이 흘리는 신체적 특성을 고려하여 여성용 제품보다 많은 용량과 거부감 없고 큰손에 딱 잡히는 케이스디자인, 남의 눈치를 의식하지 않도록 닫을 때 소리 내는 케이스의 요철을 빼는 등의 세세하고 철저한 준비가 남성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실제 남성용 메이크업을 체험한 기자는 “화장 후 주변 지인들과 만났지만 화장한 사실을 눈치챈 이들은 없었다”며 “변신 아닌 보완 메이크업”이라고 체험담을 전했다.
![]() |
일본에는 '여장'을 즐기는 남성을 위한 메이크업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일본 화장품 대기업 G사의 조사결과 일본 남성 10명 중 1명은 화장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일본 화장품 기업 ) |
해외 브랜드 C사는 일본보다 2달 앞서 국내에 남성 메이크업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공략에 나섰다.
그간 남성들 사이에서 ‘금기’처럼 여겨진 화장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며 대중화할지 기대된다.
남성이 美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그 과정이 지금껏 불편했고 남들 눈에 잘 띄어 멀리했을 뿐이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