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화장하는 남성들…"변신 아닌 보완, 여자와 다르다"

입력 : 2018-09-05 14:41:13 수정 : 2018-09-05 15:13:32

인쇄 메일 url 공유 - +

화장하는 남성과 이들을 겨냥한 ‘남성용 메이크업 제품(이하 화장품)’의 출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지난 실패에서 교훈을 얻은 기업들이 젊은 2030 남성들의 성향과 요구를 이해하면서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남성들의 사회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여성의 화장과 다르다는 얘기다.

■ 지난날 남성 화장품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과거 남성을 겨냥한 화장품은 남성과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됐다.

업계는 남성도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가 있고 이에 자신을 돋보이려고 화장할 거로 판단했다.

이 판단이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복잡한 과정이 뒤따르는 화장을 남성이 인내하며 따라 할 것이라는 생각은 큰 착오였다.
또 화장하는 남성이 있지만 그 수가 매우 적고, 연예인이나 모델 등 특정 직업을 가진 남성이 아닌 이상 대중화가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시장이라고 말하기조차 민망한 지경이었다.

이는 일본 사회의 엄격함과 남의 눈을 의식하는 분위기와도 연관성이 있는데, 남성이 화장하고 싶어도 사회 분위기는 그렇지 못했고, 지금도 그렇다.

분위기는 변함없는데 업계는 왜 남성용 화장품을 출시하는 걸까?
지난 3일 일본 열도에 상륙한 남성 메이크업 제품. 여성의 화장과는 다르다. 남성의 화장은 결점을 보완하여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이 포인트다. (사진= NHK 방송화면 캡처)
■ 독이었던 사회 분위기에서 힌트
아이러니하게도 업계는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서 힌트를 얻었다.

‘남성의 화장은 여성과 다르고 달라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업계는 남성들의 사회생활에 주목했다.

바깥 활동이 많은 남성들은 대인관계 시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주길 바라며 미소와 친절, 매너로 상대를 대하며 계약 등 중요한 자리에서 노력을 기울이지만, 첫인상을 결정짓는 얼굴의 결점. 예를 들면 다소 보기 좋지 않은 점이나 여드름 자국 등을 감출 수 있는 방법을 몰랐다.

이에 대인관계에서 ‘좋은 인상’, ‘밝은 이미지’ 등에 대한 욕구가 발생하고, 복잡하지 않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요구가 나왔다.

이러한 요구는 10대~30대 젊은 남성이 주를 이루는데, 기성세대와 달리 개방적이기도 한 이들은 외모 가꾸기에 대한 관심과 함께 인생 기로의 취업이나 미숙한 사회생활, 대인관계에서 상대에게 더 좋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을 업계는 남성 화장품 출시 약 3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기껏해야 얼굴 점을 빼야겠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에게 ‘빼지 않아도 된다‘고 답을 찾아준 것이다.

■ 남성 화장품…다양하지만 간단하고, 자연스러움이 포인트
최근 국내에서도 유명한 해외 브랜드 C사와 P사가 내놓은 남성 화장품의 핵심은 ‘간단·명료’다.

앞서 여성의 화장처럼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으며, 화장 후 화장하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운 연출이 남성 고객에게 만족감을 주고 있다. 화장 전후 비교될 만큼 밝게 보이는 피부 톤, 잡티 가림 등 ‘화장의 기본’을 잊지 않은 결과다.

또 여성보다 땀을 많이 흘리는 신체적 특성을 고려하여 여성용 제품보다 많은 용량과 거부감 없고 큰손에 딱 잡히는 케이스디자인, 남의 눈치를 의식하지 않도록 닫을 때 소리 내는 케이스의 요철을 빼는 등의 세세하고 철저한 준비가 남성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실제 남성용 메이크업을 체험한 기자는 “화장 후 주변 지인들과 만났지만 화장한 사실을 눈치챈 이들은 없었다”며 “변신 아닌 보완 메이크업”이라고 체험담을 전했다.
일본에는 '여장'을 즐기는 남성을 위한 메이크업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일본 화장품 대기업 G사의 조사결과 일본 남성 10명 중 1명은 화장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일본 화장품 기업 )
일본에서는 이달 초 해외 화장품 브랜드 P사를 시작으로 오는 11월 해외 브랜드 C사의 남성 메이크업 제품이 연이어 출시되며, 인구 절반을 차지하는 남성 고객 잡기에 분주하다.
해외 브랜드 C사는 일본보다 2달 앞서 국내에 남성 메이크업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공략에 나섰다.

그간 남성들 사이에서 ‘금기’처럼 여겨진 화장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며 대중화할지 기대된다. 
남성이 美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그 과정이 지금껏 불편했고 남들 눈에 잘 띄어 멀리했을 뿐이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이들 슈화 '깜찍한 볼하트'
  • 아이들 슈화 '깜찍한 볼하트'
  • 아이들 미연 '깜찍한 볼하트'
  • 이민정 '반가운 손인사'
  • 이즈나 정세비 '빛나는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