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작은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민모(42)씨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직원들과 점심에 도시락 미팅을 한다. 오가는 시간도 절약하고 다양한 메뉴로 건강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민씨가 도시락을 주문하는 곳은 다름 아닌 인근의 특급호텔. 매우 비쌀 것 같지만 놀랍게도 1인당 가격은 1만원 중반대로 소위 ‘가성비 갑’이다. 셰프의 솜씨가 한껏 발휘된 질 좋은 도시락을 배달까지 해주니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 ‘맥주 덕후’ 김모(33)씨는 요즘 호텔 출입이 잦아졌다. 3만9000원에 맛있는 맥주와 바비큐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호텔이 늘면서 맥덕 모임 회원들과 호텔 무제한 맥주 투어를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야외 테라스에서 선선한 바람과 함께 서울의 야경을 즐기면서 마시는 맥주는 요즘 말로 ‘꾸르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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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어소시에이티드 위드 풀만의 ‘비빔밥 도시락’ |
이제 호텔이 비싸기만 하다는 고정관념은 버려야 할 것 같다. 잘 찾아보면 곳곳에 ‘착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아이템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 사무실서 먹는 특급 호텔 셰프의 도시락
밀레니엄 서울힐튼 델리카트슨 실란트로 델리는 최근 반경 1km의 사무실과 가정에 파스타와 샌드위치를 곁들인 도시락 세트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공급이 달릴 정도로 인기다. 10인 이상 주문하면 1인당 1만5000원(이하 부가세 포함)으로 호텔 음식치고는 저렴한 가격이기 때문이다. 메뉴 구성도 샐러드, 메인, 후식까지 모두 담겨 코스 요리와 비슷하다. 더구나 요일별로 메뉴가 바뀐다. 월요일에는 그린 샐러드, 페스토 소스의 해산물 야채 파스타 샐러드, 치킨 시저 샌드위치, 브라우니, 과일 샐러드가 담기고 금요일에는 삼겹살 샌드위치, 셰프 특선 샐러드, 티라미수와 그린·과일 샐러드로 구성된다.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는 최근 캐주얼한 분위기의 비즈니스 미팅을 하는 직장인을 위한 ‘쉐라톤 셰프 박스’를 내놓았다. 호텔 떡갈비, 불고기, 스시 3종류인데 ‘김영란법’에 맞춰 가격을 2만2000∼2만8000원으로 잡았다. 모든 메뉴에는 디저트로 과일, 브라우니, 마카롱이 포함돼 나들이용으로도 인기다. 오전 11시부터 픽업할 수 있고 배달도 가능하다.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어소시에이티드 위드 풀만의 비빔밥 도시락은 1만3000원. 한우를 곱게 다져 만든 불고기 토핑과 계란, 각종 나물 반찬을 골고루 담아 알차다는 평이다. 30만원 이상 주문하면 서울 경기 지역은 무료 배달돼 단체행사 때 적합하다. 또 3만원으로 다소 가격 부담은 있지만 전복과 새우를 곁들인 불고기 도시락, 구운 연어와 불고기 냉채 도시락, 두부 스테이크 도시락과 2만5000원의 그릴드 치킨 도시락도 선보이고 있다.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타볼로 24는 큰 인기를 끌었던 ‘동대문 갈비가든’을 배달하는 ‘이사님 도시락’을 내놓았다. LA 갈비, 돼지갈비, 닭갈비와 비빔밥, 두릅 나물, 더덕구이 등을 담아 2만8000원. 가까운 거리는 3500원에 배달되는데 하루 30∼40세트가 나갈 만큼 꾸준한 인기를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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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음식점이 비싸기만 한 것은 아니다. ‘착한 가격’으로 셰프의 솜씨가 담긴 도시락과 무제한 맥주 바비큐 등을 즐길 수 있다. |
# 호텔 브런치·뷔페 가격 맞아
호텔 이용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중 하나가 뷔페다. 점심에도 5만원을 훌쩍 넘고 저녁은 10만원대에 육박해 특별한 날이 아니면 지갑을 열기 쉽지 않다. 하지만 시간대나 요일별로 할인하는 곳도 많아 잘 고르면 절반 가격으로 특급 호텔 셰프의 솜씨가 담긴 브런치나 뷔페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부산 웨스틴조선호텔 다이닝펍 오킴스가 2016년 3월 첫선을 보인 ‘해운대 브런치’는 오킴스의 시그니처 메뉴. 한식 홍보대사 선발 조리 경진대회 대상 등 많은 요리대회를 휩쓴 현재국 셰프의 솜씨를 맛볼 수 있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해운대 풍경과 함께 브런치를 즐길 수 있어 부산 맛집 여행의 필수 코스로 꼽힌다. 수플레 팬 케이크, 에그 베네딕트, 치즈 프렌치 토스트, 수플레 오믈렛 등 4가지로 1만9000원이다.
서울드래곤시티의 ‘가성비 프로모션’도 요즘 입소문을 타고 있다. 여성 고객은 스타일리시한 올데이 뷔페 레스토랑 ‘인 스타일’에서 평일 점심에 30% 할인된 3만원대로 뷔페를 즐길 수 있다. 또 캐주얼 비스트로 ‘메가 바이트’에선 평일 오전 11시30분∼오후 2시 프리미엄 비프 치즈 버거, 스테이크 샌드위치, 바게트 샌드위치, 불고기 라이스 샐러드 중 2가지를 60% 할인된 2인 3만원에 맛볼 수 있다.
파크 하얏트 서울 이탈리안 레스토랑 ‘코너스톤’에서는 샐러드 2종과 서프라이즈 브레드 샌드위치, 파스트라미 샌드위치, 비프 스테이크 샌드위치, 피자 도우 샌드위치 코너 피치노를 테이크아웃할 수 있다. 가격은 1만6000원부터. 특히 코너스톤의 최상급 식재료를 사용하는 코너-피치노는 피자 도우에 토마토 소스의 송아지 미트볼, 매콤한 문어 아라비아타, 바질 소스를 곁들인 가지, 토마토, 부라타 치즈 3가지 토핑을 입맛대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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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 메리어트 동대문 타볼로 24의 ‘이사님 도시락’ |
# 호텔서 즐기는 무제한 맥주와 와인
서울 남산의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최고층에 있는 문 바에서는 9월 말까지 스파클링 와인과 하이네켄, 카브루 IPA, 카브루 페일에일 등 생맥주를 3만9000원에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선선한 밤바람과 서울 야경, 남산 타워 뷰는 덤이다. 밀레니엄 서울힐튼 지하 로비 층에 있는 영국풍 바 오크룸은 평일 오후 6시30분∼8시30분 2시간을 ‘오크룸 바비큐 HOT 해피아워’로 설정하고 야외 테라스에서 바비큐와 하이네켄 생맥주, 하우스와인을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서울힐튼 뒤뜰의 아기자기한 잉어연못 조망도 즐거움을 준다.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 어반 테라스에서도 평일 오후 6~9시 3만9000원에 삼겹살, 소시지 구이, 칸토니 치킨, 모둠 구운 야채, 닭 안심 튀김 등 풍성한 바비큐 그릴 메뉴와 함께 생맥주가 무한제공된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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