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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은희 |

하늘에서 우는 매미와 땅에서 우는 귀뚜라미. 지금 귀뚜라미는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 소리에 묻혀 노래가 될 수가 없다.
풀잎도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 벽 좁은 틈에서 숨 막힐 듯 사는 귀뚜라미는 누군가에게 타전을 한다.
매미의 그악스러운 소리에 밀려 귀뚜라미의 타전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리지 못한 채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고 만다. 마치 죽은 것처럼.
그러나 맑은 가을이 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 계단을 타고 이 땅 밑까지 내려오는 날, 귀뚜라미의 울음은 노래가 될 것이다.
가을에는 발길에 눌려 울던 내 울음도 귀뚜라미의 울음처럼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 가는 노래가 되었으면,
박미산 시인·서울디지털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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