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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귀뚜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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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27 23:54:20 수정 : 2018-08-27 23:5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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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원은희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매미 떼의 울음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하늘에서 우는 매미와 땅에서 우는 귀뚜라미. 지금 귀뚜라미는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 소리에 묻혀 노래가 될 수가 없다.

풀잎도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 벽 좁은 틈에서 숨 막힐 듯 사는 귀뚜라미는 누군가에게 타전을 한다.

매미의 그악스러운 소리에 밀려 귀뚜라미의 타전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리지 못한 채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고 만다. 마치 죽은 것처럼.

그러나 맑은 가을이 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 계단을 타고 이 땅 밑까지 내려오는 날, 귀뚜라미의 울음은 노래가 될 것이다.

가을에는 발길에 눌려 울던 내 울음도 귀뚜라미의 울음처럼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 가는 노래가 되었으면,

박미산 시인·서울디지털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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