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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년 만에 만났는데 또 생이별…피붙이들 손 놓지 않고 통곡만

입력 : 2018-08-26 21:55:05 수정 : 2018-08-26 21:5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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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 마무리 / 한적 “北과 연내 추가상봉 협의…이르면 10월 말쯤 가능할 것”
8.15 계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 둘째 날인 25일 오후 단체상봉이 진행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북측의 박영환(85) 할아버지가 우리측 누나 박봉임(89) 할머니와 손을 꼭 잡고 다가오는 작별의 시간을 준비하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26일 오후 1시 금강산호텔 2층 연회장.

“작별상봉을 마치겠습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상봉장이 술렁거렸다. 꿈만 같던 2박3일 12시간의 만남이 종료된 것이다. 북녘 가족들이 먼저 대기 중인 버스에 오르자 상봉장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한동안 헤어진 피붙이의 손을 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남북 가족들의 애절한 생이별은 금강산호텔을 통곡 소리로 뒤덮었다. 남측 조카 조재현(52)·재명(42)씨는 연회장 1층 계단 앞에서 북녘 고모 조옥님(82) 할머니에게 “고모 잘 가요”라며 큰절을 올렸고, 북녘 언니와 헤어지는 김정옥(85) 할머니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상봉장 어디에선가 누군가가 “누나 잘 가”라며 울부짖는 소리도 들렸다.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행사 둘째 날인 25일 금강산 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박춘자(77·오른쪽)씨가 북측 언니 박봉렬(85)씨 볼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두 자매는 박춘자씨가 16살 때 헤어졌다 이번 상봉에서 66년 만에 만났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얼굴도 보지 못한 채 헤어져야 했던 아들과 67년 만에 처음 만나 또다시 헤어지는 북녘의 아버지 조덕용(88) 할아버지는 버스에 탄 채 남녘 아들 조정기(67)씨를 바라보며 대성통곡을 했다. 아들은 버스 창밖으로 내민 아버지의 손을 꼬옥 붙잡고는 “오래 사셔야 돼. 그래야 한번 더 만나지. 그러니까 꼭 그렇게 하세요”라며 애써 아픔을 달랬다. 4촌 언니와 헤어지는 피영애(81) 할머니는 북녘의 순애(86) 할머니가 탄 구급 차량을 따라가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언니, 언니”를 외치고는 언니 얼굴을 감싸 안고 마지막 작별의 입맞춤을 했다. 북녘 언니 박봉렬(85) 할머니는 버스 창문을 열고 말없이 남녘 동생 박춘자(77) 할머니의 얼굴을 하염없이 쓰다듬었다. 언니가 탄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동생은 잰걸음으로 버스에 달라붙어 “우리 언니…”라며 오열했다. ‘평양 90-1028’이라고 적힌 번호판을 단 버스는 남북 이산의 아픔을 금강산에 놔둔 채 금세 춘자 할머니의 눈에서 사라졌다.

속초 출신 장구봉(82) 할아버지는 두 살 위 북녘 형님인 장운봉(84) 할아버지와 “살 때까지 통일되면 다행이고 죽으면 하늘나라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다. 3남매 중 둘째인 장 할아버지는 집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는 형님을 기다리며 3대째 고향 속초를 떠나지 않고 집터를 지켰다. 구봉 할아버지는 “북에서 열심히 살아줘서 고맙다. 잘 살았으니 고맙다. 남쪽 걱정하지 말아라. 북쪽 잘 사니 걱정 안 하겠다”고 작별인사를 나눴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 둘째 날인 25일 오전 개별상봉이 이뤄지고 있는 금강산호텔에서 북측 접객원들이 각 객실에 전달할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 둘째 날인 25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황보구용(66), 황보우영(69) 형제가 상봉 때 이부누나 리근숙(84) 할머니에게 전달할 '자수'와 어머니가 생전 누나를 위해 기도하던 사진을 보이고 있다. 형제는 "리 할머니가 월북 전 어머니에게 직접 만들어 드린 '자수'를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다시 누나에게 전달한다"고 말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이날 81가족 324명의 남측 상봉단은 작별상봉 뒤 오후 1시 30분쯤 금강산을 떠나 동해선 육로를 통해 귀환했다. 이로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27 정상회담에서 합의했던 8·15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마무리됐다. 한편 박경서 대한적십자사(한적) 회장은 지난 25일 북측과 연내 추가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개최하는 방안을 협의했으며 이르면 10월 말쯤 추가 상봉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강산=공동취재단·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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