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실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받은 ‘무허가 축사 적법화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입지제한지역 내 무허가 축사 5339곳 중 적법화 신청서를 제출하지 못한 농가는 32.6%(1743곳)에 달했다. 3곳 중 1곳은 개발제한구역과 문화재·교육환경·상수원보호구역 등과 같은 제한구역에 입지했다는 이유로 적법화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무허가 축사 적법화는 2015년 3월 24일 개정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행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했다. 축산분뇨의 엄격한 관리를 위해 가축사육제한구역을 확대하고 무허가·미신고 축사에 대한 행정처분 수위를 강화하고자 법을 개정했지만 오히려 다수의 축산농가가 불법 축사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정부는 축산업계의 반발 때문에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 3월 24일까지 무허가 축사 적법화 신청서를 접수했다. 이후 이행계획서 제출(6개월)과 이행기간(1년)으로 1년6개월 동안 축산농가 적법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적법화 대상 농가(5만9200곳) 중 27.5%(1만6282곳)는 여전히 이행계획서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다음달 24일까지 이행계획서를 제출하지 못하면 행정처분의 대상이 된다.
전북 김제에서 26년째 한우를 사육하는 정모(61)씨의 축사는 2009년 축사 옆에 농업계 고등학교의 공동실습소가 들어오면서 불법이 됐다. 실습소 인근 반경 200m가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정씨는 적법화 신청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정씨는 “김제교육청에 교육환경보호구역 지정을 조정해 달라고 요청했더니 ‘교육부 지침 때문에 임의로 합의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교육환경보호구역을 지정해놓고는 이제는 나가라 한다. 이런 청천벽력이 어디 있느냐”고 하소연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대한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해 적법화 신청을 돕고 있지만 일단은 현행 법률을 준수하는 것이 원칙이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멀쩡한 축사가 중간에 법률 또는 조례가 개정되는 바람에 입지제한구역으로 편입되고 건폐율 규정에 미달하는 등 적법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국가의 바뀐 정책이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농가에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원은 “농식품부·환경부 장관이 정무적인 판단을 내리든 특별법 제정을 하든 조속히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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