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전 검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같이 말하며 "자식과 남편, 부친을 하루아침에 잃은 슬픔에도 유족들이 보여준 절제와 의연함이 우리 국민들을 더 숙연하게 만든다"며 "반면에 마린온 사고가 났을 당시 정부 여당 관계자들이 취한 태도는 어떠했나. 업무수행 중 장병들이 아무 과실없이 순식간에 다섯명이나 순직한 끔찍한 사고에도 사고직후부터 장례식까지 대통령, 여당 대표, 청와대 참모들, 국방부 장관이 유족들에게 보여준 태도는 거의 홀대하거나 무관심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보도에 의하면, 마린온 사고의 어느 유족은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5학년인 두 아들을 해병대에 보내기로 결심했다‘고 했고, 해병대 출신인 부조종사 부친은 ‘두 손자까지 포함해 3대(代) 해병 가족을 이루는 게 나와 아들의 꿈‘이라고 말했다고 한다"며 "어느 아내는 ‘남편 소원이었던 항공단 창설을 꼭 이뤄 남편과 순직한 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해 달라‘고 했다. '진상을 규명하라'고 떼쓰거나 '보상금이 왜 이것뿐인가'하고 아우성치는 유족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들 뿐인가. 2016년 한미 연합 군사훈련 도중에 링스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해군 장병들의 유족도, 지난해 사격장에서 날아온 유탄을 맞고 사망한 어느 병사의 아버지도, 군과 나라를 향해 저주하기는 커녕 슬픔을 삼키고 절제하는 모습으로 국민에게 감동을 안겨 주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고 말했다.
석 전 검사장은 "순국 장병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예우가 절대 부족한데도 이 나라가 무너지지 않고 버틸수 있게 해주는 힘은 바로 이처럼 나라와 군을 먼저 생각하는 군인 유가족들의 절제력과 품격 덕분이 아닌가 한다"고 했다.
그는 "부디 고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국방부장관과 군 수사기관은 철저히 사고원인을 규명해 유족들의 슬픔도 달래주고, 또 우리의 장병들이 비전투시에 귀한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재발하지 않게 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어 "현재 대통령 특별지시로 진행중인 기무사 계엄 문건 수사처럼 정말 엉터리 같은 일에 쏟아 붓는 공력의 10분지 1만이라도 마린온 사고 발생원인 규명에 쏟는다면 얼마든 가능한 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용호 선임기자 drag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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