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각종 혐오 언행(Hate Speech)으로 대한민국이 신음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사회통합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최하위권인 29위. 세계일보는 기획 ‘혐오의 파시즘’을 통해 대한민국에 짙게 드리운 혐오의 구조와 심연을 들여다보고 해법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혹시 자신이 겪은 사회적 혐오, 혐오로 인한 피해 사례나 경험을 알려주시면 논의를 통해 기사로 공유하겠습니다. 이메일은 kimgija@segye.com 또는 homospiritus1969@gmail.com, 전화번호 02-2000-1181.
각종 혐오 언행(Hate Speech)으로 대한민국이 신음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사회통합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최하위권인 29위. 세계일보는 기획 ‘혐오의 파시즘’을 통해 대한민국에 짙게 드리운 혐오의 구조와 심연을 들여다보고 해법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혹시 자신이 겪은 사회적 혐오, 혐오로 인한 피해 사례나 경험을 알려주시면 논의를 통해 기사로 공유하겠습니다. 이메일은 kimgija@segye.com 또는 homospiritus1969@gmail.com, 전화번호 02-2000-1181.
최근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커뮤니티 ‘워마드’나 ‘메갈리아’ 등은 자신의 남성 혐오 언행을 일상적으로 저질러진 ‘여혐(여성혐오)’에 대항하고자 한 행위라고 설명한다. 일명 ‘미러링’이라는 그들의 방식도 말 그대로 받은 대로 되돌려준다는 의미이다.
이들의 미러링 대상, 즉 혐오 대상은 바로 극우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 즉 일베였다. 수많은 혐오 언행으로 우리 사회에 상처를 준 일베는 또다른 ‘괴물’을 낳고 있었던 셈이다.
실제 2010년 등장한 일베는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대한민국 온라인 사회에서 혐오를 대중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베를 분석한 책 ‘일베의 사상’의 저자 박가분씨는 일베의 사상을 “나는 너를 혐오할 권리가 있다”고 정의한다. 즉 혐오를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것으로 여기고 실천했다는 거다.
일베의 시작은 디시인사이드(이하 디시)다. 2000년대 후반 디시의 ‘코미디 프로그램 갤러리’에는 당시 진보성향이 짙었던 인터넷 커뮤니티들과 뉴스댓글의 반발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등 고인 비하, 호남 지역 비하 등 도를 지나친 혐오 게시물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논란이 잇따르자 디시 운영진은 해당 게시물들을 예고 없이 삭제하기 시작했고 이에 반발한 누리꾼들은 게시물을 따로 저장할 곳을 찾아 나섰다.
2010년쯤. 일간베스트저장소는 디시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시물을 따로 저장하기 시작한다. 주로 삭제대상인 자극적이고 혐오의 의미를 담은 게시물들을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보호했다. 이후 디시에서 일베글에 대한 링크를 금지하며 일베는 자체 게시물이 올라오는 사이트로 변모한다.
일베에선 ‘일베로(추천)’, ‘민주화(비추천)’에 의해 상위노출 게시물이 정해지는데 추천을 받기위해 또는 인터넷용어로 ‘어그로’(관심)를 끌기 위해 일베 회원들은 자극적이고 혐오적인 게시물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런 문화는 온라인 혐오를 정당화했고 대중화했다.
![]() |
| 지난 1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합성사진을 송출한 일베회원. 출처=일베 |
일베의 혐오는 고인으로 향했다.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부터 노회찬 정의당 전 원내대표까지 서거한 진보 성향의 정치인들이 일베의 타깃이 됐다. 일베 회원들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4·16 세월호 참사 희생자까지 비하하며 도넘은 고인비하를 이어갔다.
고인 비하의 시작은 일베의 전신인 디시 시절부터다. 2008년. 그룹 거북이 소속 터틀맨(본명 임성훈)이 사망했을 당시 디시 회원들은 전래동화 별주부전을 빗대 합성사진을 만들어 퍼트렸다. 이는 배우 최진실, 가수 유니의 사망에서 고인 비하로 이어졌고 고인비하는 하나의 놀이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이런 조롱이 일베로 넘어오며 정치적 인물들의 고인 비하로 연결됐다.
일베의 노 전 대통령 비하가 대표적이다. 2009년 일베 회원들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과정을 조롱하며 ‘운지’라는 용어를 극단적 선택이란 의미로 사용한다. 이외에도 ‘노무노무’, ‘이기야’, ‘노알라’ 등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단어를 만들었고 각종 사진에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해 퍼뜨렸다. 지난 1월 한 일베 회원은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합성사진을 송출해 국제적인 논란을 빚기도 했다.
지난 7월 사망한 노 전 원내대표도 일베의 타깃이 됐다. 일베에는 당시 “노노브라더스가 탄생했다”며 노 전 대통령을 엮어 조롱하는 게시물이 올라왔고 한 회원은 “노회찬 XX기념 잔치국수 맛집 모음집”이라며 서울의 국수집 목록을 올렸다.
◆초등생부터 70세 할머니까지 폐륜적 성비하에 여성 분노
2012년 10월. 일베에 오른 한 초등학교 교사의 글은 여성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교사는 “초등학교 교사 인증! 초등교사는 일베 못가냐?”라며 자신의 정교사 자격증 사진과 함께 초등학교 여학생 사진을 올렸다. 그는 “로린이들 X 귀엽다능”이라며 초등학교 여학생을 로리타와 어린이의 합성어인 ‘로린이’로 표현했다. 어린아이들을 성적대상화 했다는 사실에 여성사회는 분노했고 해당교사는 이후 임용포기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 일베에는 74세 노년 여성의 나체사진이 올라 사회적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일베 회원 A(27)씨는 “박카스 할머니와 성매매를 했다”는 글과 함께 노년 여성의 신체부위가 노출된 사진 4장을 게시했고 해당 글은 공유되며 전국민적으로 파장이 커졌다. 이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일베에 할머니 나체 사진을 무단 유포한 남자를 체포하라”는 청원 글까지 올랐고 경찰은 A씨 체포에 나섰다.
일베 게시판에는 여성의 성기를 비하하는 표현이 난무하고 된장녀, 김치녀 등 한국 여성에 대한 혐오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최근 이성 간 대립이 극단으로 향하면서 일베에 맞선 워마드, 메갈리아 등 남성혐오를 내세운 미러링 사이트가 등장할 정도다.
![]() |
| 2014년 9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폭식 시위를 하는 일베 회원들. 출처=오마이뉴스TV |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일베 회원들은 세월호 유가족을 조롱하면서 본격적으로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선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진보정치인들이 함께 박근혜 정권에 책임을 묻자 일베 회원들은 국가에 과도한 요구를 한다며 세월호 이후 현상에 대한 반감을 갖기 시작했다. 결국 이들은 세월호 희생자를 ‘어묵’에 비유하며 죽음을 조롱했고 세월호 유가족의 단식농성 현장에 나와 폭식 시위를 하는 등 직접 밖으로 나와 행동에 나섰다. 사적인 친목활동을 금지하는 일베가 시위를 통해 현실 밖으로 나와 모인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5개월 뒤 유가족들이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을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하자 당시 일베 게시판에는 맞불 ‘폭식투쟁’을 예고하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는 행동으로 이어졌고 일부 일베 회원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치킨, 피자를 먹어 사회적 파장이 일었다. 일베 회원들은 폭식시위에 나선 회원들을 행게이(행동하는 일베 게시판 이용자)라며 찬양하는 모습을 보였다.
![]() |
| 2015년 1월 세월호 희생자를 비하하는 게시물을 올린 일베 회원. 출처=일베 |
◆한때 회원 200만명 자랑...국정농단 사태 이후 급감
일베의 접속 회원 수는 2015년 4월 기준 중복회원을 감안해 200만명 수준에 달할 정도로 전성기를 맞았다. 당시 평일 낮 기준 동시 접속자도 2만5000명 수준을 유지할 정도였으며 국내 커뮤니티 사이트 중 2위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에 이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이후 일베의 접속자 수는 점차 줄고 있다. 지난해부터 동시 접속자수 1만명을 넘기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접속자 수는 줄었지만 여전히 일베는 논란에 중심에 있다.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지난 3월 일베 폐지 관련 청와대 청원 답변에서 “최근 5년간 차별이나 비하 내용으로 문제가 돼 심의 후 삭제 등 조치된 게시물 현황을 보면 2013년 이후 제재 건수가 가장 많은 사이트가 일베이며 2016년에만 2위로 밀렸을 뿐 해마다 1위 제재 대상”이라고 말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춘렬 칼럼] ‘AI 3대·반도체 2대 강국’의 현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0/20/128/20251020518406.jpg
)
![‘주사 이모’가 사람 잡아요 [서아람의 변호사 외전]](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03/128/20251103514866.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