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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연국의 행복한 세상] 빨간 석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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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08 08:40:18 수정 : 2018-08-08 08:4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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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일생은 수많은 선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내가 존재하는 것도 사랑이라는 선의와 헌신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부모의 사랑이 있어야 비로소 세상에 태어날 수 있습니다. 자라고 배우는 모든 과정에서도 무수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위대한 성인일지라도 홀로 우뚝 설 수 없습니다. 깨달음을 얻은 부처는 자신의 가르침을 전해줄 수많은 조력자들이 필요했어요. 공자와 예수도 그 진리가 세상에 전파되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습니다. 성인의 삶이 그러할진대 범부의 일생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제가 에세이 '소확행'을 펴내고 나서 새삼 느낀 것이 사람들의 선의입니다. 책에는 작은 일상에서 행복감을 누리는 다양한 예화들이 등장합니다. 청어 한 마리를 끈으로 묶어서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라는 디오게네스, 60년의 삶을 반추하면서 "59非"라고 외쳤던 맹자가 우리에게 소확행의 비결을 들려줍니다. 그런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저의 책이 어떻게 세상에 나올 수 있었을까요.

에세이 '소확행'은 3주 전에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책은 아직도 미완성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선의로 '진짜 책'이 완성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박봉의 군인 월급으로 부하들에게 나눠주겠다며 백 권을 주문한 현역 장교, 가을에 결혼하는 딸에게 주기 위해 미리 저자 사인을 부탁한 선생님, 책에다 직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적어 선물한 사장... 이들의 선한 행위로 저의 책은 다시 채워지고 있는 중입니다.

도심 화분에 석류가 발갛게 익어갑니다. 저 석류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여름의 태양은 그토록 뜨거웠고 매미는 목이 터져라 울었나 봅니다. 세상의 무엇 하나 허투루 되는 일이 없습니다. 선한 세상은 수많은 선의로 완성됩니다.

배연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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