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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식의세계속으로] 이탈리아에 울리는 증오의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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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06 21:20:48 수정 : 2019-03-26 16: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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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정치세력 집권 후 인종주의 부상 / 증오보단 배려를 공격보단 포용을

이탈리아에서 인종주의가 급격하게 부상하는 추세다. 특히 지난 6월 극우 정치세력인 북부동맹이 집권한 이후 외국인이나 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 범죄만 10여 건이 넘었다. 인종주의란 국적을 묻지 않고 외모로 사람을 속단하는 무지의 소산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밤에는 달리는 차에서 달걀을 던져 길 가던 젊은 흑인 여성이 각막을 다치는 사건이 일어났다. 스물 두 살의 이 여성은 나이지리아 출신 부모를 둔 토리노에서 태어난 이탈리아의 국가 대표 육상 선수였다. 국가 대표 선수가 아니었다면 수많은 사건 사고에 묻혀 넘어갈 수 있는 일이었다. 어떤 모로코 청년은 도둑으로 오해를 받아 도망가게 됐는데 군중이 차로 쫓아가서 치어버린 일도 있었다. 타자에 대한 증오를 폭력으로 표현하는 악랄한 일이 빈번해진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인종주의를 비롯한 다양한 ‘증오 범죄’는 2010년대 계속 증가했다. 통계에 따르면 2012년 71건이던 증오 범죄가 2016년 803건으로 열 배 이상 뛰었다. 이런 범죄의 폭등에 큰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은 바로 마테오 살비니가 이끄는 극우 북부동맹이다. 그는 2013년 당권을 잡은 뒤 지속적으로 ‘이탈리아 우선주의’를 외치며 이민자, 난민, 외국인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의 불행은 모두 이들 외부세력과 유럽 때문”이라는 담론으로 불만 가득한 국민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지난 2월에는 급기야 동맹 당원이 거리의 아프리카인에게 총격을 가해 6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살비니는 “총을 쏘는 것은 불법이지만 정부가 이민을 통제하지 못해 외국인이 이탈리아를 점령하면 사회적 불만이 쌓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라고 옹호했다. 유권자의 가장 저급한 인종주의 반응을 유발하는 전략으로 동맹은 3월 총선에서 대승을 거두었고, 6월에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함께 연정을 꾸리게 된 것이다. 살비니는 부총리 겸 내무장관으로 취임했다. 국가 치안의 총책이 증오를 부추기는 사람이니 나라가 어떻게 되겠는가.

 

원래 살비니의 극우 세력은 북부 지역주의 운동에서 출발했다. 이탈리아라는 나라를 부정하면서 북부 지역에 파다니아라는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운동이다. 부지런하고 선진적인 북부가 게으르고 낙후한 남부에 세금을 퍼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살비니는 예전에 “냄새나는 남부 나폴리 사람이 오니 개도 도망간다”는 노래를 부르곤 했다. 이처럼 한 민족 안에서 증오심을 부추겨 성장한 북부 동맹은 이제 외국인 혐오와 인종주의를 밑천으로 중앙 정권에 도달하게 된 셈이다. 그 사이 ‘이탈리아 해체!’의 슬로건은 ‘이탈리아 만세!’로 뒤바뀌었다. ‘게으른 남부인’의 비난은 ‘더러운 외국인’ 공격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증오심으로는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 증오심은 또 다른, 더 커다란 증오를 불러일으켜 문제를 확산하고 심화시킬 뿐이다. 태초부터 정치의 중요한 존재 이유는 보복의 악순환을 끊는 것이 아닌가. 공공 담론을 주도하는 정치권이야말로 증오보다는 배려를, 공격보다는 포용의 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다. “선과 악의 경계는 집단이나 계급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마음 안에 있다”는 러시아 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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