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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양산을 쓰면 이상할까요?"

입력 : 2018-08-03 08:00:00 수정 : 2018-08-02 14: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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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이모(35)씨는 며칠 전, 집 근처 백화점에서 검은색 양산 하나를 마련했다. 양산을 펴고 다니려니 어쩐지 남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타인을 신경 쓰기보다 폭염 속 내 몸을 먼저 보살피는 게 우선이라 생각했다고 그는 밝혔다. 양산을 여성의 전유물로 여겼지만, 하나 사 두니 쓰고 다니기에도 좋다면서 가을이 얼른 오기를 바란다고 그는 덧붙였다.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1994년 폭염 기록을 경신한 데다가 밤에도 30℃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초열대야 현상이 서울에서 나타나면서, 폭염을 견디지 못해 양산에 관심을 기울이는 남성들이 조금씩 관찰된다. 화려한 무늬와 색깔로 뒤덮인 양산을 여성의 아이템으로만 여기던 것에서 벗어나 뜨거운 햇살을 견디려는 남성들 사이에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말이 들린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 1일 오전 동대구역 광장을 지나가는 한 남성이 꽃양산을 쓰고 있다. 연합뉴스.


온라인 커뮤니티를 돌아보면 ‘남자가 양산을 쓰면 이상하느냐’는 내용의 게시물들이 올라온 것을 볼 수 있다.

네티즌 A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너무 덥고 햇살이 뜨거워서 견딜 수 없어 양산을 사려고 한다”며 “남자가 양산 쓰고 다니면 이상하게 보이지 않겠냐”는 글을 남겼다. 해당 게시물에는 “남자도 양산을 쓸 수 있다” “정 양산의 화려한 무늬가 마음에 걸린다면 요즘에는 무채색 제품도 있으니 괜찮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네티즌 B씨는 남성도 피부를 관리해야 한다며 양산을 권유했다. B씨는 한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뜨거운 직사광선은 피부에 좋지 않다”며 “양산 쓰고 다니는 여성들처럼 남자들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아직 우리 문화가 그런 쪽에 낯선 것 같다”고 말했다. 멀리까지는 못 가지고 갈 것 같다면서 그는 “동네에 잠깐 나갈 때라도 양산을 좀 써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국적으로 연일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지난 1일 오전 부산역 일대에서 시민들이 오전부터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을 피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일보가 2일 서울 시내 주요 백화점을 돌며 물어본 결과, 남성용 양산은 따로 없다는 직원들의 말을 들었다. 한 백화점 우산 코너 직원은 “어제(1일)도 남성분이 양산을 샀다”며 “검은색 양산을 남성용 양산이라고 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백화점의 직원은 “우산 겸용 양산도 있다”며 “화려한 무늬 양산을 남성분들이 쓰기에는 조금 그런 탓인지 그런(우산 겸용) 쪽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SK플래닛 11번가에 따르면 지난 7월19일부터 8월1일 거래액을 기준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양산 품목 판매량이 235% 늘어난 가운데, 남성 고객의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175%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양산을 산 남성이 100명이라면 올해는 275명이 샀다는 뜻이다. 남성 양산을 별도로 나눈 게 아니어서 그들이 전부 자신이 쓸 양산을 샀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양산에 남성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거래액이 233%나 상승한 20대가 남성 구매층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으며 40대, 50대, 30대 등의 순이라는 게 11번가 측의 설명이다.

 
대구의 한 백화점에서 남성이 양산을 써보고 있다. 해당 백화점 관계자는 "최근엔 젊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양산을 구매해 쓰고 다닌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한편 일본 사이타마(埼玉) 현 구마가야(熊谷) 시에서는 최근 기온이 41.1℃까지 오르며 기상 관측 사상 역대 최고 온도를 기록하는 등 폭염이 이어지자 열사병과 온열질환 대책으로 ‘남자 양산 쓰기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우산 메이커 오로라와 화학섬유 메이커 도레이가 1일 남자 양산 쓰기 운동을 벌이는 사이타마 현에 남성용 접는 양산 70개를 전달했다. 남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겉은 은색, 안쪽은 검정색으로 디자인했다. 오로라에 따르면 올해 남성용 양산 팬매량은 작년보다 2배가량 늘었다.

 
우에다 기요시(上田清司) 사이타마 현 지사(가운데)를 비롯해 당국 관계자들이 전달받은 양산을 써보고 있다. 일본 hochi.co.jp 홈페이지 캡처.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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