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공문에 서명하면서 양국 무역전쟁이 시작됐다. 이후 양국 갈등은 더 첨예해졌고, 미국과 무역분쟁을 벌이는 나라는 유럽연합(EU), 캐나다 등으로 확대됐다. 최근에는 양국 갈등으로 중국 위안화 절하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이날 위안화는 달러당 6.7위안대로, 11개월 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중 무역분쟁 등의 여파로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진 3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주가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전날 2.35% 하락한 코스피는 이날 장중 한때 2252.36까지 밀렸다가 외국인의 매수세(2013억원 순매수)와 중국 증시 반등 영향으로 최종 1.22포인트(0.05%) 오른 2272.76으로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
원·달러 환율은 3월22일 달러당 1082.2원에서 1120원대로 치솟았다. 2416.76이던 코스피 지수는 이날까지 2272.76으로 5.96% 떨어졌다. 같은 기간 주식시장에서 외국인투자금은 3조2782억원어치나 빠져나갔다. 아직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자금 유출 움직임은 크지 않지만 안심할 수 없다.
BOK경제연구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외국인의 채권투자 결정 요인 변화 분석: 한국의 사례’ 보고서를 보면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 채권투자금은 글로벌 리스크에 가장 많이 반응한 것으로 분석됐다. 외국인채권자금 유출입 변동성을 100%로 볼 때 2010∼2017년엔 글로벌 리스크 기여율(2.3%)이 국가 리스크(0.7%), 금리차(0.2%)보다 영향력이 컸다. 앞으로 양국 갈등이 심화하고, 위안화가 오르면 중국 기업 부담 가중에 따른 증시 약세, 원화 동반 상승 가능성이 더 커진다.
시장은 일단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언한 오는 6일을 주목하고 있다. 양국이 극적 타협을 이루길 기대하고 있다. 보복 관세가 실제로 매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타협을 이룬다 하더라도 양국 전쟁이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아 당분간 불안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기업들은 하반기 무역전쟁 확산과 이에 따른 금융불안을 크게 걱정하고 있다. IBK경제연구소가 수출 중소기업 54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하반기 수출실적에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환율 변동성 심화’(33.2%)를 가장 많이 꼽았다. 미 기준금리 인상 가속화(21%), 중국 경기 둔화(14.9%), 보호무역주의 심화(10.7%)를 우려하는 응답도 많았다. 앞서 한국은행의 6월 기업경기실사지수 조사에서도 불확실한 경제상황, 수출부진, 원자재 가격 상승을 경영 애로사항으로 꼽은 기업체가 5월보다 늘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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