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종필 전 국무총리 빈소에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하고 있다.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춘추관 정례브리핑에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김 전 총리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이 김 장관에게 ‘유족들에게 예우를 갖춰 애도를 표하라’는 뜻을 전했다”며 “대통령 조문은 이것으로 갈음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 장관은 오후 김 전 총리의 빈소를 찾아 훈장을 추서했다. 김 장관은 이와 관련해 “관례에 따라 역대 총리를 지낸 분들은 추서를 했다”며 “정부를 책임졌던 총리의 역할만 해도 그 노고에 감사를 표시해왔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조문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취임하고 나서 조문을 간 적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를 통해 김 전 총리 예우 논란을 서둘러 진화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 23일 빈소를 방문한 이낙연 총리의 발언이 발단이 됐다. 이 총리는 망자(亡者)에 대한 예우로 “훈장을 추서해 드리기로 정해졌다”며 “대통령의 동정에 대해 총리가 함부로 말하는 것은 옳지 않으나 (대통령도 문상) 오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조문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문재인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화가 세워져 있다. |
김 전 총리 예우 문제가 진보 대 보수 논쟁으로 비화할 조짐이 일자 청와대는 이날 ‘훈장 ○, 대통령 조문 ×’로 결정을 내렸다. 전 총리에 대한 국민훈장 무궁화장은 전례가 분명한 관행인 만큼 수여하되 그 이상은 없다는 것이다. 정부포상 업무지침을 살펴보면 각 부처에서 후보자를 추천하면 행안부에서 적격성 등을 심사한 후 국무회의에 올리고, 총리가 이를 결재한 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재가하는 절차를 밟게 돼 있다.
일부에선 국민통합 차원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빈소를 찾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에선 이미 한병도 정무수석이 빈소를 방문했고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고인의 존재감만큼이나 그의 빈자리는 더 커 보일 것이며 우리는 오래도록 아쉬워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까지 낸 걸로 족하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 삶과 가치관 등을 감안하면 애초 조문할 가능성이 크지 않았는데 이 총리 언급이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도 청와대에선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경희대 재학 시절 유신독재에 항거하다가 구속돼 제적됐다. 또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에서 승리한 후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지 않았다. 또 2017년 1월 대선을 앞두고 출간한 ‘대한민국이 묻는다 - 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에선 김 전 총리를 “오래전 고인 물”로 평가하며 “JP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종필 전 국무총리 빈소에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김 전 총리 빈소에는 이날도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노태우 전 대통령 측근 손주환 전 공보처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쯤 빈소를 찾아 “노 전 대통령이 와병중이어서 직접 오지는 못하셨지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한때 JP와 충청권 맹주 자격을 놓고 다투었던 이인제 전 의원도 오전에 빈소를 찾았다. 밤 늦게 빈소를 방문한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는 “한국정치에 큰 경종을 울리고 화합·통합 가치를 항상 말씀하셨다”며 “화합과 통합을 가슴에 새기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 정원식 전 총리, 이현재 전 경제부총리,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등도 조문했다.
박성준·유태영·이도형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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