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은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과 북은 남북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을 이룩함으로써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고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겨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약속이 하루빨리 실현돼 남북이 자유롭게 오가는 날이 오기를 가장 고대하는 사람들은 이산가족들이다. 생이별의 고통을 65년간이나 견디며 하루하루를 버텨온 그들의 가슴은 새카맣게 타버린 지 오래고 눈물도 말라 버렸다. 이들에겐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이산가족 생존자는 5만6000여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80세 이상 고령이 63%를 넘는다.
남북 사이에서 피를 나눈 부모형제가 다시 만나 끊어진 핏줄을 잇는 것만큼 더 시급하고 절박한 것은 없다. 더 이상 묻고 따질 것도 없다. 이산가족의 슬픔을 나 몰라라 하는 것은 큰 죄를 짓는 일이다. 남북 정상이 포옹하고 북·미 정상이 두 손을 잡는 마당에 남북의 가족이 만나지 못할 까닭이 없다. 이산의 한을 풀어주는 것은 남북 정부 모두의 도덕적 책무다.
이산가족 상봉은 1985년 고향방문단 교환 이래 모두 21차례의 대면 상봉과 7번의 화상 상봉이 있었고 편지도 주고받았다. 그러나 상봉 인원과 횟수가 제한돼 있어 이산가족의 고통을 가중시켰다. 이번 상봉 규모도 100명씩에 그쳤다. 이런 방식으로는 매일 100명씩 만난다고 해도 1년 6개월 이상 걸린다. 고령의 모든 이산가족이 살아생전에 가족을 만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상봉이 단순히 전시성 행사로 끝나서는 안 된다. 더 늦기 전에 이산의 한을 풀어주려면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정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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