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전쟁이 일어났을 때 가장 많이 희생되는 쪽은 군인들이 아니라 민간인들이다. 창과 방패로 무장한 고대 전쟁보다 먼거리에서도 족집게 타격이 가능한 최첨단 무기를 동원한 현대전에서 민간인 희생자 비율이 더 높은 것은 아이러니다. 미국의 역사학자 하워드 진의 분석에 따르면 1차 세계대전 때 사망자의 90%가 군인이었고 민간인 사망자는 10%였다. 2차 세계대전에서는 군인과 민간인 사망자가 거의 반반이었다. 베트남 전쟁에서는 사망자의 70%가 민간인이었고,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의 민간인 사망자는 80~85%에 달한다.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이 ‘성전’을 명분으로 일삼는 테러에서 공격당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애꿎은 민간인들이다. ‘더러운 전쟁’ 시리아 내전에서도 어린이, 여성을 비롯한 민간인들이 무참하게 희생되고 있다.

현대 전쟁의 공포를 가중시키는 것은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대량파괴무기다. NBC무기(핵무기·생물무기·화학무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실제 전장에서 사용되는 치명적인 무기는 살상능력을 높이도록 개발된 재래식 무기들이다. 이 무기들 가운데 수많은 인명과 재산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전쟁이 끝난 뒤에도 장기간 비참한 피해를 남기는 위험한 무기가 적지 않다. 이러한 무기들은 ‘더러운 무기’로 분류돼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북한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엄포를 놓을 때마다 떠올리게 되는 무기가 장사정포다. 수도권을 향해 군사분계선 인근 북측지역에 집중 배치돼 있다. 1000여문이 배치돼 있고 이 중 300여문이 수도권을 직접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장사정포의 성능과 우리의 제압 능력을 고려할 때 장사정포 위력이 과장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300문이 동시에 1시간당 2만5000여발을 쏟아부으면 희생을 피할 도리가 없다.

전쟁의 최대 공포는 전쟁 그 자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국방부의 남북군사회담 의제에 장사정포 2선 철수가 올라 있다.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북측 수석대표인 안익산 육군 중장이 “다시는 이런 회담 하지 맙시다”라고 했다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김기홍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