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음식 문화를 비하할 의도는 없습니다. 수프 요리인 보르시(борщ)나 양꼬치 구이 샤실리크(Шашлык) 등은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죠. 하지만, 얼큰한 김치찌개가 그리울 수밖에 없는 건 한국인의 인지상정 아닐까요. 2018 러시아월드컵 결전을 앞두고 몸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신태용호는 과연 입맛이 돌지 궁금해집니다.
대표팀 관계자에 따르면 선수들도 한식 위주의 식사를 고집한다고 합니다. 아침은 숙소 호텔에서 제공하는 양식으로 해결하지만 점심과 저녁 식사는 밥과 국, 찌개가 빠질 수 없는 한상 차림으로 꼬박 챙겨먹죠. 틈틈이 바나나와 견과류를 넣은 에너지바 등을 간식으로 챙겨 먹습니다. 왜 러시아 음식을 기피하냐는 말에 관계자는 “맛있는 걸 놔두고 굳이 먹을 필요가 있냐”고 되묻습니다. 아무래도 선수단의 호불호 역시 비슷한 듯합니다.
잔뼈가 굵은 만큼 선수들이 원하는 음식은 척 보면 압니다. 지난 9일 스물여섯 번째 생일을 맞은 문선민(인천 유나이티드)을 위해 특별히 미역국을 끓여주기도 했습니다. 또한 단골 메뉴인 낙지볶음과 감자탕, 떡볶이, 쇠고기 잡채 등은 내놓기가 무섭게 동이 납니다. 이에 수비수 이용(32·전북)은 “피로 해소엔 역시 한식이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웁니다.
김 조리장은 “한식을 먹은 선수들이 기운을 내 최선을 다해준다면 바랄 게 없다”고 말합니다. 그의 바람대로 낯선 땅에서 편안한 만찬을 맛보게 된 선수들이 ‘한국표 밥심’의 저력을 그라운드에서 보여주길 기대해봅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