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대몰카 사건, 혜화역 시위 등 남녀평등 이슈가 부각된 6·13지방선거 기간 특히 눈에 띄었던 후보가 있었다. 바로 페미니스트 시장을 슬로건으로 내건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였다.
광역단체장 후보 중 최연소인 신 후보는 선거 기간 “성차별, 성폭력 OUT”을 외쳤다. 그 결과 지방 선거에서 14일 오전 7시 50분 현재 개표가 99.8% 진행된 가운데 1.7%의 득표율을 보이며 4위를 기록했다. 이는 김종민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의 1.6%의 득표율을 앞선 것이다.
당초 당에서 기대한 만큼의 득표율은 아니지만, 당당히 4위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미래를 기약할 수 있게 됐다는 희망섞인 평가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신 후보는 이날 6600만원에 달하는 후원금을 받은 사실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공개하며 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른 사실을 전했다.

◆페미니즘 이슈에 맞춰 등장한 후보
지난 5~6월 선거기간 이슈로 떠오른 것 중 하나는 ‘페미니즘’이었다. 지난달 19일과 지난 9일 양일에 걸쳐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앞에서는 여성 2만여명이 모인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이들은 홍대에서 일어난 불법 몰카(몰래카메라) 촬영사건의 편파수사 의혹을 제기하며 “성차별 없는 수사”를 외쳤다. 올 초 서울 강남 페이스북 본사 앞에서는 여성단체 10여명이 “내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라며 상의를 벗어 논란을 낳았다. 기존 여성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자는 ‘탈코르셋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번지기도 했다.
신 후보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성 평등을 강조한 공약을 내세웠다. 그는 “서울 전체를 성폭력 성차별 없는 도시로 만들겠다”며 “서울시 및 산하기관과 계약을 체결하는 모든 기업, 단체의 성 평등 교육을 의무화하자”는 공약을 내걸었다. 서울시 4급 이상 개방형 직위를 남녀 동수로 하고 시에 성 평등 정책을 담당하는 기관과 기획관 자리를 신설하는 등 강력한 성 평등 정책도 제안했다.

◆선거 기간 일부 역풍도...벽보 훼손
하지만 페미니즘이 남녀 갈등 양상으로 일부 비화하자 신 후보를 향한 비난도 들끓었다. 신 후보 측은 선거 기간 자신의 선거 벽보와 현수막이 잇따라 손상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일에는 신 후보 벽보를 훼손한 50대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페미니스트 후보’란 단어에 SNS에선 악성댓글이 이어졌다. 이런 우여곡절에도 신 후보는 여성들의 지지를 받아 9명의 서울시장 후보 중 4위라는 성과를 거뒀다.
당초 녹색당에서 내심 기대한 만큼의 득표율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당당히 4위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미래를 기약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빚지지 않고 선거를 무사히 마쳤다”
신 후보는 이날 선거 직후 트위터에 글을 남겨 선거기간 들어온 후원금 내역을 공개했다. 신 후보가 공개한 후원금은 6636만 5700만원이다. 10% 미만의 득표자는 국가로부터 선거기간 사용한 비용을 보전 받지 못한다. 신 후보는 후원금으로 선거비용 일부를 보전할 수 있게 됐다.
신 후보는 “저를 지지하고 후원해주신 분들 덕분에 빚지지 않고 선거를 무사히 마쳤다”며 “여러분의 후원과 지지로 녹색당에서 페미니스트 서울시장 후보가 나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녹색당은 시민의 정치참여를 해치는 기탁금을 포함한 잘못된 선거법 제도에 목소리를 낼 것이고 페미니스트 정치를 당내·외에서 계속 실천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전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