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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일시키곤 프리랜서 계약…해고하고 권고사직으로 처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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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06 09:03:00 수정 : 2018-06-05 18:4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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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스토리-甲甲한 직장 번외편ⓑ] 갑질에 우는 비정규직들
“솔직히 일이 많아서 쉬지 못하고 일할 때가 많고, 따로 더 야근을 하거나 주말에 나오는 경우도 많은데, 포괄임금제 때문에 전혀 추가 수당이 없어요. 포괄임금제가 이슈가 돼 꼭 폐지됐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초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는 직장인 A씨는 지난 5월 세계일보가 대한민국 직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갑질 실태를 연속으로 다룬 [甲甲한 직장]을 보고 용기를 내 전화와 이메일 등으로 자신이 당한 억울한 갑질 사연을 털어놨다.

이같은 사연은 멀리 제주도와 부산에서 오기도 했고, 어떤 날에는 사무실에 수십통의 전화로 전달되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목소리는 절절했고, 사연은 구구했다. 세계일보는 많은 제보 가운데 독자들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제보들을 골라 번외편으로 정리, 보도한다.

◆홈쇼핑업체 “근로자 일 시키며 계약은 프래랜서” 횡포

자녀 육아 때문에 5년간 집에서 유명 홈쇼핑업체의 상담사로 근무한 A씨는 실제로 근로자 업무를 해왔지만 모집 당시 재택 프리랜서 상담사로 계약을 맺었다고 하소연했다. 

즉 계약은 프리랜서로 계약해 대우도 4대보험이나 퇴직금 혜택이 없는 프리랜서 대우에 그쳤지만, 실제 근무는 회사의 업무 지시와 감독을 받으며 보통의 근로자와 거의 똑같이 일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계약으로 근로자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거다.

그런데 A씨는 5년 후 홈쇼핑 업체로부터 전화로 해고를 통보받았고 전화를 받은 시점부터 일을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A씨는 그동안 근로자로 일했던 권리를 찾기 위해 퇴직금을 신청했지만 회사에서는 프리랜서 계약을 했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했다. A씨는 노동청에 진정을 접수했다.

회사 측은 이에 노동청 출석 전날 근로자성을 부문 인정한다며 좋은 조건으로 합의하자며 위로금과 합의금을 줄 테니 합의를 하자며 노동청 진정 취하를 요구했다.

A씨는 진정을 취하할 생각이 없었지만 회사 측이 다른 재택 상담사의 근무조건 향상과 안정된 고용 등을 약속하자 대국적 차원에서 진정을 취하해줬다. 하지만 회사 측은 끝내 자신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대외적으로 경력단절 주부들이 일할 수 있도록 운영한 제도라고 해놓고, 육아 때문에 재택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주부들의 약점을 악용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규직 될 거야” 잔혹한 희망고문은 그만

2016년 1월 독일계 반도체 회사에서 정규직의 희망을 품고 2년간 영업관리직으로 근무했던 이모(37)씨의 사연도 절절했다.

이씨는 입사 계약 당시 정규직 보장은 없었지만 헤드헌터로부터 “회사 영업실적 문제로 우선 계약직을 뽑은 것이고 과거 정규직으로 전환된 경우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동종 업계에서 8년의 경력이 있던 그는 입사 이후 능숙한 업무처리 능력으로 새로운 업무를 계속 맡아왔다. 이씨는 “업무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입사 후 업무 성과에 대해서는 누구도 의심할 필요 없이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였고 다른 부서에서도 평가가 좋다는 소문을 심심찮게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계약 기간인 2년 동안 상사와 동료들로부터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다. 상사들은 “정규직이 된다” “걱정마라” 등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대를 부풀렸다.

그런데 계약기간이 끝날 무렵, 회사가 갑작스레 이씨 업무를 보조하는 인턴을 채용했다. 얼마 뒤 이씨는 회사로부터 “정규직 전환을 못해주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씨가 너무 억울해 “그동안 정규직 발언은 뭐였느냐”고 따졌다. 회사 측은 “그럴 계획이 있었지만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며 대신 다른 계열사의 계약직 자리를 추천했다.

그는 결국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이씨는 “비정규직이지만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하고 심지어 정규직보다 많은 경력,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결국 2년 만에 퇴사하게 됐다”며 “정규직 전환에 무슨 기준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80점 합격 79점은 탈락”…시간강사만 강의평가 엄격 적용

서울 시내 유명 K사립대학의 시간강사 B씨는 강의 배정에서 갑질을 당했다는 사연을 제보해왔다. B씨는 “(대학의) 시간강사는 강의평가 80점 미만이면 무조건 다음 학기 배정을 하지 않는다”며 “대학은 강의평가를 학습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자료가 아니라 선생을 옥죄는 목사슬로 이용해 갑질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B씨에 따르면 K대학은 시간강사가 받은 한 학기 평균 강의평가 점수로 재계약여부를 일괄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는 시간강사의 경우 평균 점수가 80점에서 0.1점이라도 모자라면 가차 없이 잘라냈다고 설명했다.

B씨는 강의배정을 할 때도 객원교수와 달리 시간강사에 배려는 전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8년 여름 계절학기 강의배정을 할 때 대학 자의적으로 시간강사들의 강의 횟수와 순서를 정했다”며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지만 ‘재직 중에 알게 된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는 계약 조항을 통해 강사들에게 재갈을 물렸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 대학의 시간강사들은 익명의 대자보를 붙이며 부당 계약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인간의 가치를 추구한다는 대학 이념에 따라 훌륭한 교육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사라지고 수치화된 가치를 미덕으로 하고 있으니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쏟아냈다. 그는 “이 같은 행태는 교수자가 강의의 충실도보다 학생 비위를 맞추려는 교육을 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해고하고도 “사규 안지켜 권고사직 처리”

각종 폭언과 막말 등을 통해 사실상 강제해고를 하고도 법적으로 ‘권고사직’ 처리를 했다고 신고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 3월 지인의 소개로 G사에 입사한 30대 초반의 비정규직 C씨는 4월 지방의 한 현장에서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팀장과 과장 등의 무성의한 지시와 함께 막말과 욕설을 들은 뒤 강제퇴사를 당하기도 했다.

C씨는 나중에 실업급여를 받으러 갔다가 회사 측이 “회사 규칙을 어겨 권고사직처리했다”고 신고된 내용을 전해들었다.

C씨는 세계일보에 보낸 제보에서 “팀장과 과장 등의 막말과 욕설, 강압적인 대우를 받아 강제적으로 해고된 것인데, 회사 규칙을 어겨 권고사직된 것으로 돼 너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내부 고발을 이유로 해고했다는 제보도 있었다. 회사원 D씨는 2014년 회사의 부조리를 내부고발했다가 신분이 노출되면서 해고를 당했다고 알려왔다. 그는 이어 회사로부터 피소돼 집단 위증 등을 바탕으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고 억울해 했다. D씨는 “이미 유죄 판결이 확정돼 겉으로는 모든 게 끝난 사건이지만 억울한 저로서는 절대로 끝나지 않았다”고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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