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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준 기자의 엑스트라 이닝] ‘비운의 명장’ 김경문의 쓸쓸한 퇴장

입력 : 2018-06-04 21:04:30 수정 : 2018-06-04 22: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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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의 한국시리즈서 모두 준우승 / 올 시즌 20승39패로 초라한 성적 / 강력한 카리스마 되레 피로감 작용 / 부상·사건사고 등 연쇄 악재 불러
달은 차오르면 결국 기우는 것이 운명인가. 프로야구 팬들에게 ‘달감독’이란 애칭으로 불리던 김경문(60·사진) 감독이 지난 3일 삼성전에서 7-8로 패한 직후 전격적으로 NC 사령탑에서 내려왔다. 구단은 늦은 밤에 ‘구단 리더십 교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김 감독이 물러나고 유영준 단장이 감독대행을 맡는다고 전했다. 20승39패로 10개 구단 중 유일한 3할대 승률로 최하위에 그치는 초라한 시즌 성적이 결국 명장을 쓸쓸한 퇴장으로 이끌었다. 2011년 8월 NC 창단감독으로 부임한 지 7년 만이다.

공교롭게도 김 전 감독은 두산 시절에도 7시즌을 마친 뒤 8번째 시즌을 채우지 못하고 스스로 물러났다. 타고난 눈썰미로 젊은 유망주를 발굴해 내면서 기존 선수들과 신구조화를 이뤄내며 팀을 단기간에 강팀으로 만들어 냈지만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은 뒤 결국에는 팀의 추락을 지켜보는 사이클이 정확하게 7년 주기였던 셈이다.
이를 두고 김 전 감독의 강력한 카리스마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오히려 선수들에는 피로감을 주는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김 감독의 강한 캐릭터는 처음에는 젊은 선수들을 중용하는 과정에서 다분히 선수단의 긴장감을 유지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요인이 됐다. 하지만 너무 오래 줄을 팽팽하게 당기고 있으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 균열의 모습은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선수들의 부상과 사건사고, 외국인 선수 문제, 구단과 감독의 신경전. 선수들의 동요 등이 연쇄작용으로 발생하며 팀은 흔들리고 있었다.

물론 이런 팽팽함을 유지할 수 있게 할 요소는 있었다. 바로 우승이다. 우승이라는 포상이 중간에 있었다면 팽팽한 끈의 탄력은 더 유지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불운하게도 김 전 감독은 3번의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준우승에 그치는 ‘비운의 감독’이었다.

결국 1군에서 14시즌 동안 10번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일궈내며 통산 896승(30무774패)을 거둔 역대 최다승 6위에 오른 능력 있는 감독 하나가 현장을 떠나게 됐다. 그래도 우승의 한을 풀 기회가 그에게 다시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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