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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생물의신비] 곤충 잡아먹는 애벌레 ‘개미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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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01 00:19:36 수정 : 2018-06-01 00: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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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보면 놀랍다. 그중 습지, 모래밭, 숲 속에 함정을 만들어 개미나 곤충을 잡아먹는 ‘개미귀신’은 더욱 흥미롭다. 그러면 명주잠자리의 애벌레인 개미귀신의 한살이는 어떠할까.

잠자리 유충은 하나같이 물에 살지만 명주잠자리는 유별나게 강가 모랫바닥에서 개미귀신이라는 유충 시기를 보낸다. 명주잠자리는 몸길이가 4cm 남짓으로 어두운 갈색에 길쭉한 막대 모양을 하고 두 쌍의 날개는 매우 길어 실잠자리를 닮았다. 주로 산기슭 숲 속에 살며 암컷은 꼬리 끝에 있는 산란관(産卵管)으로 모래를 파고서는 알을 낳고, 그것이 허물을 벗어 개미귀신이 된다.

개미의 천적은 도마뱀, 개구리, 새들이다. 하지만 사실 개미의 가장 큰 천적은 개미귀신이다. 개미귀신의 몸은 뚱뚱한 방추형이다. 몸길이는 5mm쯤으로 날개는 없고, 배는 매우 통통하며, 가슴부에 세 쌍의 다리가 붙어 있다.

개미귀신의 모래집은 깊이 5cm에 위쪽 가장자리 지름이 7.5cm 정도 된다. 개미귀신은 몇 시간에서 길게는 하루 이상 걸려 깔대기꼴이나 절구통 모양의 구덩이(함정)인 개미지옥을 이곳저곳 만들고, 그 밑의 모래 속에 숨어서 개미나 다른 작은 벌레가 발을 잘못 디뎌 미끄러지기를 몇 날 며칠 기다린다. 한번 빠진 개미는 개미지옥의 구조상 아무리 발버둥 쳐도 빠져나갈 수 없다. 결국 지쳐 더 이상 아무 힘도 남지 않게 되면서 속절없이 개미귀신의 먹이가 된다. 개미귀신은 번데기를 거쳐 성충인 명주잠자리가 되는 동안 수백 마리의 개미 따위를 잡아먹는데 이런 한살이가 완성되는 데 보통 2~3년이 걸린다.

이렇게 힘든 성장과정을 이겨낸 개미귀신만이 비단날개를 가진 멋진 명주잠자리가 된다. 그렇다. 우리 인간도 어려움을 극복해야 만이 밝은 미래가 있지 않던가.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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