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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살며] 해러스먼트와 자기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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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30 20:32:49 수정 : 2018-05-30 20:3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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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휴전 상태인 것을 잊을 정도로 평화롭다. 전에는 뉴스에서 한반도 상황이 보도될 때마다 일본에 있는 친정 식구로부터 별일 없는지 전화가 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일본에서 ‘지진이 많이 일어나는데 괜찮은가’ 하고 물어보는 것과 같아 이젠 특별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아도 역시 휴전 중이라는 사실과 그 영향은 국민에게 고스란히 미치는 것 같다. 휴전 상태라는 비상사태 하에서는 국론이 하나가 되고 집중돼 있어야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대처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지도자가 카리스마 있고 리더십이 강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는 것 같다.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리더십보다도 사람과 사람의 협력이나 협상을 잘하는 리더를 선호하는 일본과는 대조적이다. 완벽하게 보이는 사람을 리더로 원하는 것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영향이 아닌가 싶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한국은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 상태의 나라라는 것을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역시 국민으로서 병역의 의무를 져야 한다는 점인 것 같다.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본인은 물론이지만 그 가족도 모두 같은 마음이 된다는 것도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서야 알게 된 사실이다. 군대야말로 굳건하게 한마음이 돼야 하는 곳이다. 군대가 아니더라도 한국에서는 유교정신의 영향이 커 위계질서가 확실해 권력이 집중하기 좋은 조건이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는 인간관계도 힘의 관계가 될 때가 많다. 그래서 직장 상사 등 상하관계가 형성돼 우위를 점하고 있는 사람이 아랫사람에게 ‘갑질’ 할 때가 종종 있다. 회사에서는 상사가 아랫사람에게, 학교에서는 교수가 학생에게, 종교지도자는 신도들에게 부여된 권한을 이용해 횡포를 부리는 말과 행동을 한다. 일본에서도 상황은 비슷해 영어로 파워 해러스먼트를 줄여서 ‘파와하라’라고 하는 신조어가 사용되고 있다. 그것을 비롯해 성희롱을 뜻하는 섹슈얼 해러스먼트를 줄여 ‘세쿠하라’ 라고 하고, 말이나 태도에 의한 정신적 폭력인 모럴 해러스먼트를 ‘모라하라’라고 부르며, 임산부 혹은 아이를 낳은 사람을 괴롭히는 마터니티 해러스먼트를 ‘마타하라’ 라고 한다. 그밖에도 술을 강요하는 알코올 해러스먼트, 첨단기술에 약한 자를 괴롭히는 테크놀로지 해러스먼트, 악한 고객을 지칭하는 커스터머 해러스먼트 등 많은 종류의 해러스먼트가 생겨 놀란 바 있다.

이렇게나 많은 ‘괴롭힘’을 뜻하는 해러스먼트(harassment)가 일어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피해를 받아도 견뎌내는 약한 위치에 있던 사람의 목소리가 커지는 시대가 됐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각종 폭력의 공통점을 보면 피해를 받는 자의 고통은 너무나 심한데도 피해를 주는 가해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별로 죄의식이 없다는 점이다.

나도 이민자라는 약한 위치에 있으면서 어떤 불합리한 대접을 받았을 때는 억울해서 가해자의 한마디, 사소한 행동까지 잘 기억한다. 그런데 나 또한 부모로서, 혹은 교사라는 위치에서 아이들을 대할 때 어땠을까. 함부로 대하지 않았을까. 상대를 헤아리는 마음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 같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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