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바로 이날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역에서는 중국 청두(成都)에서 출발한 화물열차가 도착했다는 기념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 소비재 상품을 가득 채운 44개의 컨테이너는 중국의 열차에 실려 4월12일 중국 쓰촨성(四川省) 청두를 출발한 뒤 카자흐스탄 국경의 호르고스에서 궤폭 1520mm의 광궤 열차로 옮겨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통과했고, 이어 슬로바키아 국경에서 다시 표준궤 열차로 옮겨 실려져 빈까지 9800㎞를 14일 만에 도착한 것이다. 오스트리아 운송당국은 러시아의 협조를 받아 앞으로 이 기간을 열흘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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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 언론인·역사저술가 |
이 같은 유라시아대륙횡단 열차노선의 개통은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이 될 중국과 유럽의 교역을 크게 향상시켜 유라시아 대륙의 공동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임은 분명하다고 하겠다. 이번 철도 연결로 쓰촨성 같은 내륙의 경우 상하이(上海) 등 항구로 실어 날라 거기서 배편으로 인도양을 돌아 유럽으로 가는 것보다도 수송기간을 무려 한 달이나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에 컨테이너를 상하이에서부터 독일의 함부르크까지 배편으로 수송할 경우 운송료는 2500달러인데, 열차로 하면 그보다는 두 배 이상 되는 6000 달러 정도가 들지만 항공 수송비용 3만 달러보다는 훨씬 싸다. 더구나 철도로 수송을 하면 배편보다도 태풍 등 해상기상의 영향을 받지 않고 화물유실의 위험도 줄어드는 만큼 중국으로서는 많은 이점이 있는 중요한 사업이다. 중국은 이런 이유로 그동안 유럽과의 철로 개통에 국가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우리는 남북 사이의 철길 연결, 나아가서는 아시아· 유럽과 연결하는 것을 오래전부터 염원해 왔다. 그러나 기존에 있던 경의선 철로는 휴전 이후 65년이나 끊어진 채로 있었고, 지난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2003년과 2004년에 일부 이어졌던 경의선과 동해선은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이후 다시 중단된 지 10여 년이 지났다. 그 사이 중국은 기어코 유럽까지의 철도망을 연결하고 중국 개방지역에서 생산된 각종 수출품을 이제 철도를 통해 유럽으로 곧바로 보낼 수 있는 태세를 갖춘 것이다.
물론 중국에서 유럽 끝으로 가는 철로는 개통됐지만 실제로 상업적으로 가동되기 위해서는 선결돼야 할 조건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쨌든 유럽으로 가기 위해서는 러시아와 옛 소련 국가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 나라들의 열차궤도가 1520mm 광폭이어서 국제적인 표준인 1435mm인 우리나라나 북한, 중국은 러시아 국경에서 궤도를 바꿨다가 유럽으로 나갈 때 다시 표준궤도를 타야 한다. 또 현재로서는 유럽으로 여러 철로가 뻗어나가는 러시아 국경 쪽에서 궤도 변경을 하느라 화물이 매우 지체될 우려도 있다고 한다. 다만 이 문제에 관해서는 열차의 바퀴 폭을 넓히거나 줄일 수 있는 가변궤폭 차량을 개발하면 되기에 시간이 좀 걸릴 뿐 기술적으로는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한국과 중국은 지난 1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경제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신의주∼중국을 잇는 철도 건설 사업을 두 나라가 함께 검토할 수 있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미 유럽과 철로를 열어놓은 중국정부가 내심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입장이다. 북한도 일단 무산된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철도성 부상을 대표단에 넣는다고 발표할 정도로 철도 연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오늘 워싱턴에서는 한국과 미국 두 정상이 만난다. 이 만남에서 북한 핵 폐기 등 선결조건이 논의될 것이다. 그리고 이후 북·미 담판으로 한반도 비핵화가 순조롭게 타결되면 북한에 대한 제재가 풀어지게 되고 그러면 중국, 유럽과의 철도연결도 현실화될 수가 있다. 과거 실크로드는 당나라 때까지 유럽의 문물이 동쪽으로 이동하던 길이었고 한반도가 그 끝이었다. 문명의 역사가 크게 반전하는 21세기에 이제는 태평양의 문명이 서쪽으로 향하고 있고, 어쩌면 우리나라가 처한 반도라는 지정학적 조건은 태평양 문명이 유라시아 대륙으로 이동하는 신 실크로드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를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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