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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전 을지로입구역8번 출구 앞 흡연부스. 비 내리는 휴일 오전에도 많은 시민들이 흡연부스를 찾아 이용하고 있다. |
‘애연가’인 직장인 정모(32)씨는 “금연 효과를 위해 담뱃값 올렸는데 그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 다시 담뱃값을 내리든지, 확보된 세원으로 흡연자들을 위한 제대로 된 흡연 공간이라도 많이 마련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는 그러면서 “금연구역만 늘어나고 이런 흡연부스는 찾아보기도 힘들다”며 “내 돈 주고 담배 피우기가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흡연자들이 그나마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장소였던 곳들마저 하나둘씩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마음 놓고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장소가 더욱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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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전 서울역 동부광장 흡연부스. 비 내리는 휴일 오전에도 많은 시민들이 흡연부스를 찾아 이용하고 있다. |
2015년부터 모든 음식점과 카페에서 흡연을 금지했고 지난해 12월부터는 스크린골프장과 당구장 등 실내 체육시설도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서 흡연자들이 설 곳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흡연자들은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제약이 너무 크다며 반발하고 비흡연자들도 대안 없이 금연구역만 늘어나면 간접흡연 피해가 더 커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흡연율을 떨어뜨리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 흡연자들 “우리가 낸 세금으로 흡연구역 보장해달라”
같은 날 오전,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역 동부광장의 흡연구역. 궂은 날씨에도 흡연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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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전 서울역 서부광장 흡연부스. 비 내리는 휴일 오전에도 많은 시민들이 흡연부스를 찾아 이용하고 있다. |
많은 흡연자들은 합법적으로 판매하는 담배를 합법적으로 피울 장소가 너무 부족하다며 흡연구역을 늘려달라고 주장한다.
1년째 전자담배를 피운다는 회사원 최모(34)씨는 비흡연자와 함께 이용하는 공간을 규제하는 건 나도 찬성”이라면서도 “흡연자들끼리 모이는 공간까지 규제하는 건 지나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어 “금연구역과 똑같은 수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비례해서 흡연구역을 만드는 법안이 마련되면 좋겠다”며 “흡연자들이 비흡연자들보다 어쨌든 세금도 더 내는데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비흡연자들 “흡연구역 늘리고 간접흡연 막아달라”
적지 않은 비흡연자들은 대안 없이 늘어나는 금연구역에 간접흡연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며 흡연구역을 늘리고 그 외 장소에서 흡연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길거리 간접흡연 피해를 본다는 직장인 박모(28)씨도 “아무런 대안 없이 금연구역만 늘리는 것은 흡연자에게도 비흡연자에게도 피해를 준다”며 “금연구역을 피해 건물 사이에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 때문에 매일 담배 연기를 마시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담배는 기호식품이고, 흡연자들의 흡연권도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금연구역만 늘릴 게 아니라 흡연실을 충분히 마련해주고 보행 중 흡연은 꼭 법으로 금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흡연율 떨어뜨리는 정책 우선돼야”
전문가들은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에 대해 높은 흡연율 때문이라며 근본적으로 흡연율을 떨어뜨리기 위한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성규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는 우리나라 흡연율이 높기 때문”이라며 “이런 논란을 극복하는 방법은 흡연율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우리나라 남성 흡연율이 40%다. 비흠연자 60%와 얼마든지 싸워볼 만하다. 그래서 지금은 정부가 뭘 해도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며 “가격정책과 비가격정책을 모두 동원해 흡연율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담배규제정책의 핵심은 흡연자가 담배를 끊게 하는 것”이라며 “흡연자들의 흡연권보다 건강에 해로운 담배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후세에 남기지 않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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