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날씨…전동차 냉방 민원 쇄도 / ‘추워요 vs 더워요’…직원들은 ‘어쩌나’ / 온도 조절…"더 낮춰야" 주장도 / 지난해 전체 민원 5건 중 3건은 '덥다'는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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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낮 최고기온이 27도까지 오르는 등 초여름 날씨를 보인 지난달 30일 시민들은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있다. |
지하철 ‘온도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27도까지 오르는 등 초여름 날씨를 보인 30일 홍대입구역에는 시민들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홍대입구역 승강장에는 연신 손 부채질을 하며 전동차를 기다리는 시민들도 있는가 하면 손풍기로 바람을 쐬는 시민이 눈에 띄었다.
이른 더위에 지하철을 타면 에어컨 바람이' 쌩쌩' 금세 시원해진다. 하지만 이 찬바람이 달갑지 않은 분들도 있다. 이 때문에 온도를 높여달라거나 오히려 더 낮춰달라는 민원이 여름만 되면 폭주하고 있다.
2호선을 탄 대학생 최 모(23·여) 씨는 얇은 후드티를 입고 지하철을 탔다. 밤이 되면 여전히 쌀쌀한 날씨 탓에 외출할 때마다 겉옷을 꼭 챙긴다고 했다. 때 이른 더위가 시작됐으나 지하철 안 공기는 여전히 쌀쌀하다며 여름도 아닌데 지하철 안은 너무 춥다며 오히려 온도를 올려야 한다고 했다.
최 씨는 “찬 공기가 상쾌한 느낌을 주지만, 너무 차갑게 느껴질 때가 많다”며 “무리하게 냉방을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홍대 인근에서 핸드폰 대리점에서 일하는 노 모(31) 씨는 전동차 찬바람이 시원해서 너무 고맙다고 했다. 노 씨는 핸드폰 대리점에서 일하다 보니 전단지 배포가 보편적인 일이라면 오늘같이 더운 날씨에는 전동차보다 더 좋은 곳이 없다고 했다. 우리같이 열이 많고 외부에서 일하는 승객들도 많은데 좀 더 낮춰야 하는 게 아니냐고 했다.
노 씨는 “가만히 있어도 열이 내려가질 않아요”라며 불만 썩인 대답이 돌아왔다. 더위를 참지 못한 일부 승객은 고객 센터에 온도를 낮춰달라는 민원을 넣는 모습도 보였다. 콜센터를 거쳐 전동차 기관실로 전달되자 전동차 안 온도가 내려간다.
노 씨는 “여름이면 더운 것이 당연한데, 춥다고 해서 우리같이 발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여름만 되면 지옥철이 된다”며 “추우면 옷을 더 입을 수 있지만 더우면 답도 없다”고 했다.
여름이 시작되면 “추워요”“더워요” 민원이 전동차마다 하루 수십 번씩 반복된다. 어디 한 쪽 편을 들 수 없는 공사도 뾰족한 수가 없어 매년 반복되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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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2호선의 모습 |
지난해 상반기 서울 지하철에 제기된 전체 민원 5건 중 3건은 '덥다'는 불만으로 나타났다. 서울 지하철 1∼8호선 서울교통공사에 접수된 민원은 모두 26만 2,288건으로, 이 중 59%가 '전동차 안이 덥다'는 민원이었다. 냉방 관련 민원은 올해 상반기 18만4,232건이 접수돼 작년 같은 기간(16만6,186건)보다 10.9%(1만8,46건) 증가했다. 2015년 상반기(13만 4,732건)보다는 36.7%(4만9,500건)가 늘었다. 반면 '춥다'는 민원은 2015년 상반기 3만 1,722건에서 2016년 3만1,151건, 2017년에는 3만 484건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올해는 더위가 일찍 찾아와 하루 이용객 600만명이 넘는 지하철이 냉방 민원으로 더욱 몸살을 앓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상청이 발표한 '3개월 기상전망'에 따르면 올해 5∼7월의 월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올해 5월은 기온의 일교차와 변동 폭이 클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월평균 기온이 평년(17.0∼17.4도)을 웃돌겠다.
지난해 5월은 전국적인 관측이 시작한 1973년 이래 평균기온과 평균 최고기온 모두 역대 1위를 기록했다. 평균 최저기온은 최고 3위를 기록했고, 5월 평균기온은 2014년 이래 4년 연속 1위를 경신하고 있다.
신형 전동차는 온도를 설정해놓으면 에어컨·환풍기·송풍기 등 냉방장치가 자동으로 작동한다. 객실 온도가 28도 이상일 때는 냉방 기간(매년 6∼9월)이 아니어도 냉방기가 가동된다. 반면 20∼30년 된 구형은 승무원이 온도계를 보며 수동으로 조절해야 하므로 어려운 점이 있다.
현재 서울교통공사는 여름철 지하철 전동차 온도를 일반 칸 23∼25도, 약 냉방차 24∼26도로 조절하고 있다. 그러나 승객 과밀과 차량 노후 정도에 따라 승객이 느끼는 체감 온도는 달라진다.
서울교통공사는 시원한 객실 양 끝을 이용하거나 온도가 높은 '약 냉방 칸'을 이용하면 서로의 불편을 줄일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민원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객실 온도는 설정돼 있고, 승무원들이 판단해서 운영하다. 애플리케이션, 문자 등 민원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춥다’ 해서 온도를 조금 높게 설정하면 바로 ‘덥다’라는 민원이 접수돼 어려운 점이 있다 “고 덧붙였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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