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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구의일상의경제학] 진실을 밝혀내는 메커니즘 디자인

입력 : 2018-04-27 00:27:17 수정 : 2018-04-27 00:2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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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들, 거짓 판별 방법 고안 / 도로 건설 규모 등 사업 예측 도와
요즘 뉴스를 보면 충격적인 소식이 많다. 대체 누구를 믿고 누구를 믿지 말아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을 정도로 거짓말이 난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학에서도 거짓말은 정말 큰 문제로 다루어진다. 진실을 알아도 올바른 경제정책을 펴기가 어려운데,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면 어떤 경제정책이 맞는지 판단하기가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어떤 마을에 4차선 도로를 놓을지 2차선 도로를 놓을지 고민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마을 사람들은 마을에 반드시 4차선 도로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정부로서는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아 2차선 도로를 생각하고 있다고 해보자. 만일 정말로 그 마을에 4차선 도로가 필요하다면 비용이 더 들더라도 도로를 놓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문제는 마을 사람들이 과장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정부가 건설해 줄 도로이고 마을 사람들 돈은 들지 않으므로 2차선 도로만으로도 충분하지만 4차선이 필요하다고 과장을 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진실을 모르는 정부는 2차선으로 충분한 상황에서 4차선 도로를 놓을 수도 있고, 그 반대의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대부분의 사업에서 이런 과장된 의견이 나올 가능성은 매우 높기에 과장이나 거짓을 판별해 내는 방법을 경제학자들은 오랫동안 생각해 왔다. 그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메커니즘 디자인(mechanism design)이다.

어떤 마을 사람들이 마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에게 마을회관 건설에 기부금을 부탁하기로 했다고 하자. 문제는 마을에 두 사람의 부자가 있는데, 누가 더 부유한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이 경우 누가 가장 부자인지 밝혀내는 방법이 있겠는가. 메커니즘 디자인의 경제학자들이 생각한 것은 두 사람이 재산을 교환하도록 건의하는 것이다. 그럼 덜 부유한 사람은 기꺼이 재산을 교환하겠다고 하겠지만, 가장 부유한 사람은 재산을 바꾸지 않겠다고 할 것이니 재산 교환을 거부하는 사람이 가장 부유한 사람이라고 보면 되는 것이다.

좀 더 우리에게 익숙한 예가 있다. 담임선생님이 교실의 유리창이 깨져 있는 것을 보고 누가 깼느냐고 하자 학생들이 답을 하지 않는 경우 유리창을 깬 학생을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이다. 나도 중학교 시절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그때 담임선생님은 반 학생들 모두를 손들고 있게 하는 벌을 주시면서 범인을 말하지 않으면 계속 손을 들고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당연히 범인은 금방 밝혀지고 말았는데 이러한 단체기합을 통한 고발의 유도 역시 메커니즘 디자인에서 효과적인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재산의 강제교환이나 단체기합과 같은 과격한 방법은 사용할 수 없기에 메커니즘 디자인은 보다 부드러운 방식으로 진실을 알아내는 방법들도 생각하고 있는데, 마을에 도로를 까는 경우 마을 사람들이 일부를 부담하도록 하는 정교한 방법을 통해 마을에 정말로 4차선 도로가 필요한지를 알아내는 방법도 연구돼 있다. 다만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마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등의 방식으로 자세한 조사를 하거나 투표를 할 필요가 있는데. 앞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이 더 발전하면 이러한 방법을 사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효과적인 설문조사나 투표가 가능해질 것이다. 이렇듯 진실을 밝혀내는 메커니즘 디자인의 이론들이 현실에도 사용될 날이 올 것이다. 

한순구 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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