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요리가 셰프의 솜씨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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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여년의 전통을 지닌 스웨덴산 스켑슐트의 다양한 주물팬. 문희정 문스타라이프스튜디오 대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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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켑슐트 주물 피시팬을 활용한 조개스튜. 문희정 문스타라이프스튜디오 대표 제공 |
주물팬·냄비는 거푸집에 1500도로 끓인 쇳물을 넣은 뒤 3일동안 서서히 냉각해서 만드는 데 우리나라의 전통 가마솥이라고 보면 된다. 국내에서는 가마솥이 거의 사라졌지만 유럽은 이런 철 주물제품의 전통이 이어지면서 지금도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현재 가정에서 널리 쓰는 제품은 가벼운 알루미늄 소재에 불소 코팅을 입힌 팬이다. 그런데 코팅팬은 치명적인 약점을 지녔다. 사용할수록 표면에 스크래치가 생기면서 코팅이 벗겨져 음식이 눌러 붙는다는 점이다. 또 코팅이 음식에 들어가거나 알루미늄이 노출돼 인체에 유해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따라서 코팅팬은 주기적으로 바꿔줘야 하기 때문에 돈도 많이 든다. 비용도 줄이고 몸에도 좋은 제품을 찾던 주부들이 눈을 돌린 제품이 바로 주물팬이다. 주물팬은 기름 시즈닝을 거쳐 형성된 얇은 오일막이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어 음식이 달라붙지 않는다. 또 녹이 쓸면 벗겨내고 시즈닝을 다시 하면 되기 때문에 대를 물려 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 국내에는 에나멜 코팅을 입힌 주물팬이 먼저 소개됐지만 코팅이 벗겨지면서 음식이 눌러 붙는 단점이 드러나 최근에는 코팅을 전혀 하지 않은 주물팬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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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켑슐트 주물 피시팬을 활용한 꽃게찜. 문희정 문스타라이프스튜디오 대표 제공 |
주물팬의 가장 큰 매력은 요리의 맛을 한층 업그레이드한다는 점이다. 특히 육류 요리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육류는 천천히 익히면 육즙이 빠져나오고 겉면과 안쪽면이 같이 익어 원하는 정도의 굽기를 맞추기 어렵다. 따라서 스테이크 요리는 아주 높은 온도로 예열하는 것이 맛의 포인트다. 고기를 팬에 놓자마자 순식간에 겉면을 지지는 시어링(searing)이 돼야 육즙을 가둬 프리미엄 비프 다이닝에서 내놓는 겉은 바싹하고 안은 촉촉한 스테이크가 가능하다. 주물팬은 이런 시어링이 가능하도록 최적의 온도인 300도까지 끌어 올릴 수 있다. 일반팬은 이 온도에서 코팅이 망가지거나 코팅때문에 온도를 최고로 끌어 올리기 어렵다고 한다. 더구나 주물팬은 유해 성분이 나오거나 망가지지 않고 특히 무쇠의 철 성분이 육류의 잡내를 없애는 효과도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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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물팬을 활용한 오소보코 트라토리아 오늘 김동기 셰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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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물팬을 활용한 램솅크 트라토리아 오늘 김동기 셰프 제공 |
코팅안한 주물팬은 국내에서도 운틴가마, 안성주물 등이 오랫동안 명맥을 이어 왔지만 3∼4년 전부터 ‘주물 입문용’ 제품인 미국산 롯지가 대형마트에서 선보이면서 주부들 사이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주물팬에 감각적인 북유럽의 디자인을 입히고 계란 프라이용 4구 팬 등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는 110여년 전통의 스웨덴 제품 스켑슐트나가 수입되고 있다. 또 팔각 디자인으로 한국의 전통미를 한껏 살리고 구입 후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즈닝을 거쳐 출시되는 국산 제품 마미스팟도 주부들 입소문을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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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 디자인으로 한국의 전통미를 살린 주물팬 마미스팟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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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팬을 활용한 버터가자미 구이 마미스팟 제공 |
주물팬으로 셰프같은 요리솜씨를 발휘할수 있는 메뉴는 무궁무진하다. 스테이크는 물론, 김치찜, 카레, 우엉·연근 조림, 갈비찜, 낙지볶음, 치킨, 연어조림, 파스타, 순두부 찌개 등이 대표 요리다. 회원 3만2000명을 둔 네이버 요리 카페 ‘시크릿 레시피’를 운영하는 주부 이은정(아이디 마카롱 여사) 카페 매니저의 주물팬 요리비법을 들여다 봤다.
대표 요리는 ‘무수분 수육’이다. 팬에 양파와 대파를 깔고 통삼겹살을 얹은 뒤 후추와 소금만 뿌리고 다시 양파, 대파로 덮는다. 중불에서 20분을 익힌 뒤 한차례 뒤집어 20분을 더 익힌다. 양파, 대파를 걷어내고 10분동안 앞뒤로 지져주면 겉은 바삭하고 안은 말랑말랑한 수육을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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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물 그라탕팬을 활용한 명란 아보카도 덮밥 마미스팟 제공 |
주물제품은 재료가 그대로 살아있는 것도 강점이다. 김치찜을 할때 일반 냄비에 묵은지를 넣으면 흐물흐물해지는데 주물냄비는 김치가 물러지지 않는다. 갈비찜도 쫀득쫀득하게 만들어진다. 이 매니저는 “주물 냄비가 재료에 충격을 주지 않기 때문인데 색깔도 마찬가지다. 일반 냄비에 카레를 하면 재료의 색이 다 카레색으로 바뀌는데 주물 냄비는 당근, 호박, 감자 등의 색깔이 그대로 살아있어 맛도 좋고 보기도 좋은 요리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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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물 그릴팬을 활용한 스테이크 마미스팟 제공 |
주물팬과 냄비를 사용할때 주부들이 가장 어렵게 느끼는 점은 기름을 입히는 시즈닝이다. 주물제품들은 보통 공장에서 한차례 시즈닝을 해서 출시되지만 그냥 사용하면 음식이 눌어붙기 때문에 추가로 시즈닝을 해 처음부터 길을 잘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얼굴에 스킨 바르듯이 행주나 헝겊, 오일링 브러시로 카놀라유, 유채유, 포도시유 등을 얇게 바른다. 이어 중불에서 20분 정도 달구면 기름이 제품 표면에 찐득거리면서 달라붙으면서 매끄럽게 된다. 이런 과정을 3∼5회 해야한다. 시즈닝을 마친 뒤 첫 요리는 기름이 많은 삼겹살이나 베이컨, 돼지고기 등심 등을 굽는 것이 좋다. 또 기름을 풍부하게 사용하는 고구마 튀김 요리나 감바스, 오일 파스타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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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구 에그팬을 활용한 계란 프라이 마미스팟 제공 |
주물팬은 습기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문희정 문스타라이프스튜디오 대표는 “요리가 끝난 뒤에는 음식을 장시간 담아 놓으면 절대 안 된다. 녹이 슬기 때문”이라며 “요리 뒤 음식물이 남아 있는 경우 베이킹 소다를 뿌려 문지른 뒤 따뜻한 물에 세척해야 한다. 이어 마른 행주로 물기를 잘 제거해야 하는데 키친타월은 때처럼 찌꺼기 남으니 반드시 행주를 사용해야 한다. 끝으로 약불에 살짝 달구면 수분이 완전히 제거된다”고 귀띔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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