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경복궁 건너편에서 버스를 탄 최영은(28·여)씨는 혜화로터리로 향하는 601번 버스에 몸을 실었다. 전동휠체어를 탄 최씨는 일반 시내버스 2대를 보낸 뒤에야 저상버스를 탈 수 있었다. 저상버스는 차체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계단 대신 경사판이 설치된 버스다. 지체장애를 가진 최씨는 “접근성은 지하철보다 버스가 훨씬 좋지만 배차 간격이 노선별로 차이가 크다. 저상버스가 없는 노선도 많다”며 “버스가 언제 올지 모르니 급할 때는 오히려 돌아가더라도 지하철을 타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장애인을 포함한 노약자와 임산부 등 교통약자 누구나 교통수단과 여객시설,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게 편리하도록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2005년 만들어졌다. 정부는 관련 법령에 따라 2007년부터 5년 단위로 ‘교통약자 이동 편의 증진계획’을 세웠지만 예산 부족과 정부 부처의 엇갈린 해석 때문에 저상버스 보급률은 20%대에 불과하다. 교통약자 인구가 2022년 30%가 넘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버스 이용자의 교통복지 차원에서라도 저상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 |
|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서 김상희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자립생활 팀장이 272번 저상 시내버스의 휠체어 리프트를 따라 버스에 오르고 있다. 이창훈 기자 |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저상버스 보급률은 22.4%로 전체 시내버스 3만3796대 중 7579대의 저상버스가 운행 중이다. 이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저상버스 보급률을 41.5%까지 높이겠다는 2차 증진계획의 목표치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정부는 2007년 1차 증진계획에서 5년 만에 저상버스 8538대를 도입해 보급률을 31%까지 끌어올리기로 했지만 10년이 지나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령에 따르면 전체 시내버스 중 특별시와 광역시는 2분의 1, 나머지 시·군은 3분의 1을 저상버스로 도입해야 하지만 미이행에 따른 처벌과 벌금 조항은 없다.
낮은 저상버스 보급률의 1차 원인으로는 계획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예산 편성이 꼽힌다.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일반 시내버스보다 비싼 저상버스를 구매하는 버스운송업자에게 약 1억원의 차액을 지원해 대폐차 버스를 저상버스로 바꾸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대폐차 물량만큼 보조금이 확보되지 않아 2차 증진계획 기간(2012∼2016년)에 폐차한 일반 시내버스 중 저상버스 전환율은 68.3%에 그쳤다.
재정여건이 열악한 전남도는 전환율이 26%로 가장 낮았다. 애초 목표로 한 4565억원의 국비 보조금 중 예산을 편성해 집행한 금액은 1659억원(36.3%)에 불과했다. 지난해 시작한 3차 증진계획에 따르면 국토부는 2021년까지 저상버스 보급률을 42%까지 올리겠다고 목표를 세웠는데, 올해 확보한 국비 예산(340억원)이 애초 계획의 3분의 1에 불과해 ‘공약(空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시내버스의 교체 주기는 9∼11년으로 일반 시내버스로 교체하면 최소 9년 뒤에야 저상버스로 바꿀 수 있다.
◆부처 간 엇박자로…저상버스 확대 걸림돌
보조금 지급을 두고 국토부와 기획재정부의 엇갈린 의견도 저상버스 도입의 걸림돌이다. 2004년 처음 도입된 저상버스가 차량 노후로 점차 폐차되지만, 저상버스를 저상버스로 바꿀 경우에는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국토부는 대폐차하는 저상버스도 보조금을 지원해 저상버스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재부는 일반 시내버스를 저상버스로 바꿀 때만 보조금 지급이 가능하며 그 이후는 운수사업자 인허가권을 가진 지자체의 몫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폐차 저상버스 대수까지 고려해 목표를 설정하고 예산도 편성하지만 기재부 협의 과정에서 대부분 삭감된다”고 해명했다.
2025년까지 저상버스를 100% 도입하겠다고 밝힌 서울시는 대폐차 저상버스 대수가 늘어나지만 보조금 지원이 안 돼 저상버스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폐차하는 저상버스가 2015년 49대에서 올해 146대로 해마다 느는데 국비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올해 478대(신규 332대·저상대폐 146대)의 저상버스를 도입하려고 계획한 시는 지난 1월 국토부로부터 일반 시내버스 278대를 교체하는 데 드는 국비 171억원만 확보했다. 일반 시내버스 54대와 대폐차 저상버스 146대는 보조금이 없어서 저상버스로 바꿀 수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저상버스를 저상버스로 바꾸는 데 드는 보조금이 지원되지 않으면 시비만으로 보조금을 집행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저상버스 우선 교체 명시…맞춤 지원 필요
2002년 ‘버스를 타자! 장애인 이동권 투쟁보고서’를 계기로 장애인 이동권 확보에 앞장서온 장애인 단체들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대폐차를 할 때 저상버스로 우선 교체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은 노선여객자동차 운송사업면허를 받기 위한 저상버스 운행 대수 기준을 전체 버스 보유 대수의 2분의 1 이상으로 규정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토부는 대폐차 저상버스도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개정안을 마련하는 중이다. 박상우 한국교통연구원 소외계층이동권연구팀 팀장은 “저상버스 확대 방향에는 모두 동의하지만 재원 부담에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저상버스 도입에 맞춰 운영비를 보조하거나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 추가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 등을 도입해 저상버스 운행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좌아하게](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10/01/128/20261001522271.jpg
)
![[기자가만난세상] 공짜로 해줘도 모자랄 판 아닌가](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4/02/128/20260402520485.jpg
)
![[세계와우리] 모든 동맹은 이기적이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2/19/128/20260219518276.jpg
)
![[강영숙의이매진] 꿈같은 인생](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9/10/128/20260910518915.jpg
)

![사형 집행 1시간 앞두고 “멈춰!”… 50세 사형수 운명은? [이 사람@World]](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10/01/300/20261001504958.jpg
)






![[포토] 김유정 '눈부신 등장'](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9/29/300/20260929513645.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