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촉발된 가격 인상 바람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외식과 식품 가격 등이 들썩이며 생활물가가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반해 채솟값은 예년대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우선 최근 가격 인상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외식업계다.
최저임금 인상을 계기로 KFC, 버거킹 등 버거 브랜드를 비롯해 커피빈, 놀부부대찌개 등과 같은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했다.
치킨과 피자도 가격이 오른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1위 교촌치킨은 다음달 1일부터 전국 가맹점에서 배달 주문 시 건당 2000원의 배달서비스 이용료를 받을 예정이다.
메뉴 가격은 변동이 없지만, 치킨은 배달 주문 비중이 높아서 사실상의 가격 인상으로 풀이된다.
피자업계 1위인 도미노피자는 이달 6일부터 피자 라지 사이즈는 1000원, 미디엄 사이즈는 500원 인상했다.
앞서 피자헛과 미스터피자는 배달 최소 결제 금액을 올렸다.
동네 식당이나 빵집 등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소규모 외식업체들도 가격을 올린 곳이 많아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먹거리 물가 인상 폭은 더 크다.
과자, 음료, 만두 등 가공식품 가격도 많이 올랐다. 코카콜라, 광동제약 비타500, CJ헬스케어 컨디션도 가격이 올랐다.
골목길 식당들도 가격을 올렸다. 자장면이나 짬뽕 등의 가격을 500∼1000원 올린 중식당도 부지기수다.
가격 대비 성능을 뜻하는 이른바 '가성비'가 좋은 외식 메뉴였던 김밥과 핫도그도 가격을 올렸다.
김밥 프랜차이즈 김가네는 지난 3일부터 기본 김밥인 김가네김밥 가격을 3000원에서 3200원으로 200원 올렸다.
핫도그 전문 프랜차이즈인 명랑핫도그는 오는 16일부터 모차렐라·먹물·체다치즈·점보 핫도그 가격을 1500원에서 1800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대형 프랜차이즈업체 중 치킨이나 피자 주문 시 무료로 제공하던 음료 서비스를 없앤 곳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이런 현상을 두고 '꼼수 가격 인상'이라고 비판한다. 메뉴 가격만 그대로일 뿐, 실제 소비자의 부담은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본사에서는 서비스 제공 여부는 가맹점 자체적으로 결정할 일이라며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치킨, 햄버거, 피자, 김밥, 핫도그…"도대체 안 오른 게 뭘까?"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대비 1.3% 올랐다.
전체 소비자물가는 6개월 연속 1%대 상승률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농산물과 외식비가 각각 4.7%, 2.5% 올랐다.
정부는 축산물 가격과 공공요금 안정세로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큰 등락을 보이지는 않으리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6월 지방선거가 끝나면 공공요금 안정세가 흔들릴 수 있다.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택시 요금, 지하철 요금 인상을 추진중이고 다른 지자체들도 선거 때문에 미뤄뒀던 대중교통, 상·하수도 등 공공요금 인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정부는 물가 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최근 물가가 오른 품목 대한 수급 관리를 강화해 적정 가격이 유지되도록 하고 체감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외식비는 원가분석 등 소비자단체와 연계한 가격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원재료 가격 상승, 최저임금 인상…외식·생활물가 상승 부추겨
그렇다면 최근 외식물가, 생활물가는 왜 치솟는 걸까.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이 주 원인이라고 말한다.
가계지출 부담 요인이 되며 소비·유통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건비 부담이 큰 외식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외식업체 중 77.5%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상태가 악화됐으며, 향후에도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80%가 넘었다. 종업원수도 평균 31.9% 감소됐으며, 메뉴 가격 인상도 이어졌다. 전체 업체의 78.6%가 향후 메뉴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수년간 경상소득 중 외식비 지출 비중이 올랐고, 이중에서도 3~4인 가구 외식비 지출 비중이 의미 있게 상승했다. 외식비 지출이 이미 식료품·비주류음료의 지출 규모를 상회했다는 점에서 3~4인 가구의 외식 수요는 외식 가격 상승에 따른 지출 부담으로 가정식 수요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가정식 수요 증가는 식품 수요 전반을 증가시킬 것으로 보이지만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다.
더욱이 HMR은 신선식품에 비해 보관이 용이하고 한 두 번의 경험으로 제품 품질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 쇼핑으로 구매하기가 쉽다. 가정식을 하기 위해서 해야 하는 ‘장보기’를 온라인으로 하는데 부담스럽지 않은 품목인 것이다. 온라인에 익숙하지만 조리에는 익숙하지 않은 젊은 소비자들의 가정식은 HMR을 통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가정간편식 시장은 1인 가구 등의 증가로 '혼밥족'이 증가하며 2011년 8000억원에서 해마다 두 자릿수 이상 급증, 지난해 3조원을 돌파했다.
◆채솟값 당분간 하락세 유지할 듯
채솟값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서민들의 시름을 그나마 덜어주고 있다.
지난해 출하되지 않고 저장됐던 채소까지 시장에 나오면서 채솟값은 당분간 하락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불과 한 달 사이 가격이 20∼30% 떨어진 채소가 많다.
미나리 1㎏의 가격은 13일 기준 평균 4800원이다. 한 달 전 7380원에서 무려 34.9%나 떨어졌다.
식탁에 자주 오르는 오이는 10개 기준 같은 기간 1만350원에서 7680원으로 25.7% 내렸다. 애호박도 개당 평균 2020원에서 1560원으로 22.7% 떨어졌다.

비타민과 철분이 풍부한 시금치는 한 달 전 4380원에서 3680원으로 16% 내렸다. 겉절이나 국거리로 쓰이는 얼갈이배추도 2750원에서 2300원으로 16.4% 저렴해졌다.
무도 개당 2760원에서 2450원으로 11.5% 내렸다. 양념 채소인 대파는 1㎏당 평균 3160원에서 2270원으로 28%가, 양파는 1㎏당 2070원에서 1840원으로 11.6% 떨어졌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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