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X 노사와 채권단은 노사확약서 제출 마지노선으로 정했던 9일 극적 타결을 이뤄냈다. STX노조가 노사 자구안에 합의하면서 정상화 계기를 마련했다.
9일 STX 조선해양 노조와 채권단은 10시간 가까이 마라톤협상을 이어간 끝에 가까스로 ‘인적 구조조정’에 대한 이견을 좁히는 데 성공했다. 앞서 정부와 산업은행은 지난달 8일 STX조선 회생 방침을 밝히면서 생산직 인건비 75%를 줄이는 자구안과 이에 동의하는 노조확약서를 9일까지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노조는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인력 구조조정 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집하며 지난달 26일부터 전면파업을 강행해 왔고 사측과 극한 대립을 이어나갔다. 이날 사측은 인력감축 절대 반대를 고수하는 노조를 설득하기 위해 아웃소싱과 희망퇴직 신청 인력을 일부 줄이되 임금을 삭감하고 무급휴직을 늘려 고정비를 줄이는 안을 제시했고 노조가 이를 받아들였다.
이날 노사 자구안이 타결되면서 STX조선해양조선은 정상적인 수주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STX조선해양 노사와 채권단은 당초 정부가 자구안 제출 마감시한으로 정한 시간(9일 오후5시)을 이날 자정으로 미루면서 협상을 이어갔다. 협상이 타결된데따라 산업은행은 RG(선수금환급보증)를 제공하는 등 STX조선해양의 회생을 측면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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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 어디로… 9일 경상남도 창원시 STX조선해양 정문 앞에 회사 정상화를 촉구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지난달 회사 회생을 위해 생산직 인건비 감축 자구안과 노조확약서를 이날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창원=연합뉴스 |
일각에서는 이번 타결로 STX조선해양이 가까스로 위기는 모면했지만 향후 정부가 조선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나서서 산업 전체적인 관점에서 조선업체 통폐합을 유도하고 경쟁력 있는 부분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연명할 수 있을 정도의 자금만 조금씩 지원한 채 개별기업의 다운사이징만 강조하면, 결국 재벌 기업에 속해 있지 않은 자금력 없는 중견조선사는 경쟁력을 잃고 모두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STX조선해양은 한때 글로벌 조선시장의 활황과 모기업 STX그룹의 성장세에 힘입어 2009년 엔 글로벌 조선업체 중 수주잔량 기준 세계 4위에 오르는 등 황금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2010년을 기점으로 유럽 재정위기 등에 따른 해운·조선업황 전체가 장기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저가수주 중심의 영업 관행이 손실을 키우면서 2012년 적자(4001억원)로 전환하게 됐다. 2013년부터 경영난 악화로 채권단 관리를 받게 된다. 결국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2016년 5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해 7월 법정관리를 졸업했지만 이후에도 경영 위기가 지속돼 지난해 117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경영상황이 악화됐다.
김라윤·이진경 기자 ry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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