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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배부른 돼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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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05 23:37:28 수정 : 2018-04-05 23:3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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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의 풍자소설 ‘동물농장’에서 인간들의 착취에 못 이겨 봉기를 일으키고, 정권을 잡은 뒤 권력을 다투고 공포정치를 펴는 독재 지도자 메이저 영감과 나폴레옹, 스노볼 등은 모두 돼지다. 동물의 왕은 호랑이 또는 사자라는 상식에 비춰보면 독재세력으로 호랑이나 사자를 등장시켰을 법도 한데 왜 하필 돼지였을까. 공리주의자 존 스튜어트 밀은 “배부른 돼지가 되기보다 배고픈 인간이 되는 것이 낫고, 만족스러운 바보가 되기보다 불만족스러운 소크라테스가 되는 것이 낫다”고 했다.

나라 안팎에서 애꿎은 돼지들이 또 수난이다. 미국 잡지 뉴욕매거진은 최신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 가운데 코 부위만 돼지코로 합성한 사진을 표지사진으로 실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 행정부의 부패문제를 지적하는 기사도 함께 실었다. 경찰의 울산시청 압수수색에 자유한국당 장제원 대변인이 경찰을 향해 “광견병까지 걸린 미친개”라고 막말을 쏟아내자 경찰들은 “豕眼見惟豕 佛眼見惟佛(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 돼지 눈으로 보면 이 세상이 돼지로 보이고 부처님 눈으로 보면 이 세상이 부처로 보인다”는 문구가 적힌 팻말 시위로 항의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돼지를 탐욕의 상징으로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방송법 개정’을 조건으로 4월 임시국회 일정을 보이콧하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러니 국민이 국회가 대한민국을 운영하는 전권을 쥐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현 국회 상황에서 내각제는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임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국회 불신 문제를 따지자면 민주당도 한국당 나무랄 처지는 아니다. 4인 기초선거구를 막으며 기득권 양당 구조 지키기에 앞장서 욕을 먹고 있다. 그래도 국회를 돼지에 비유한 것을 보니 현실 인식은 제대로다.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시궁창’이라고 개탄했던 휴양지 보라카이 섬에 대해 환경복원을 위해 6개월간 폐쇄 결정을 내렸다. 진흙탕 싸움을 본업으로 아는 우리 국회도 더 악화되기 전에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 자정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염 정도가 심각하다면 무기한 폐쇄한들 무슨 대수이겠는가.

김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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