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마라톤 간판인 안슬기(26)는 지난 1일 대구국제마라톤 42.195㎞ 풀코스에 출전했다. 35㎞ 지점에서 오른쪽 다리에 근육경련이 일어나자 그는 자신의 배번에 달린 옷핀으로 다리를 찔러가며 기어이 여자부 2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안슬기의 ‘핏빛 투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16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여자부 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경기 뒤 런닝화를 벗은 안슬기의 발은 온통 피로 물들었다. 양발에 물집이 잡혔지만 참고 뛰면서 양말에도 피가 말라붙었다. 물을 부은 뒤에야 간신히 발바닥에서 떨어진 양말을 내려다보며 안슬기는 “나와의 싸움에서 이겨 홀가분하다”며 웃었다.
![]() |
여자 마라톤 안슬기가 지난 1일 대구 국제마라톤대회에서 역주하고 있다. 대한육상연맹 제공 |
![]() |
그는 자신의 손등에 ‘밀리면 죽는다’고 쓰고 죽기 살기로 뛰었다. |
안슬기는 대구마라톤에서 제 컨디션이 아닌데도 개인 기록(2시간28분17초)을 새로 썼다. 하지만 레이스가 끝나자마자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며 오히려 아쉬워했다. 라이벌 김도연(25·K-water)이 직전 열린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세운 한국기록(2시간25분41초)을 넘지 못해 속상한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숱한 좌절이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안슬기는 평소 유명한 격려 문구를 보면서 힘을 얻는다고 했다. 대구마라톤에선 자신의 손등에 ‘밀리면 죽는다’고 쓰고 투혼을 발휘했다. 지금은 어떤 글을 곱씹고 있을까. 그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는 ‘도전에 성공하는 비결은 하나, 결코 포기하지 않는 일’이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