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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Sports] 옷핀으로 다리 찔러가며 완주 … 안슬기 ‘핏빛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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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04 20:50:48 수정 : 2018-04-05 15:4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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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마라톤서 근육경련 참고 2등/ 결승선 통과 뒤 파상풍 진단 입원/ 서울마라톤 때도 물집 불구 우승/‘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 보여줘

여자 마라톤 간판인 안슬기(26)는 지난 1일 대구국제마라톤 42.195㎞ 풀코스에 출전했다. 35㎞ 지점에서 오른쪽 다리에 근육경련이 일어나자 그는 자신의 배번에 달린 옷핀으로 다리를 찔러가며 기어이 여자부 2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안슬기의 ‘핏빛 투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16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여자부 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경기 뒤 런닝화를 벗은 안슬기의 발은 온통 피로 물들었다. 양발에 물집이 잡혔지만 참고 뛰면서 양말에도 피가 말라붙었다. 물을 부은 뒤에야 간신히 발바닥에서 떨어진 양말을 내려다보며 안슬기는 “나와의 싸움에서 이겨 홀가분하다”며 웃었다.

여자 마라톤 안슬기가 지난 1일 대구 국제마라톤대회에서 역주하고 있다.
대한육상연맹 제공
이런 ‘악바리’ 근성은 어두운 시절을 뚫고 나온 안슬기에겐 ‘훈장’과 마찬가지다. 안슬기는 서울체고 시절 장애물 경기 선수로 뛰었다. 그러나 잦은 햄스트링(허벅지 뒤쪽 근육) 부상으로 은퇴를 수차례 고민했다. 유년기의 전부였던 육상을 내려놓으려는 순간 자신의 강점인 지구력을 살려 마지막으로 도전장을 내민 종목이 마라톤이다. 성인무대에 진출한 2012년부터 마라토너의 길을 걷기 시작한 안슬기는 매 대회마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는 자신의 손등에 ‘밀리면 죽는다’고 쓰고 죽기 살기로 뛰었다.
“다음 대회에서 반드시 한국기록 경신을 해내고 싶어요.”

안슬기는 대구마라톤에서 제 컨디션이 아닌데도 개인 기록(2시간28분17초)을 새로 썼다. 하지만 레이스가 끝나자마자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며 오히려 아쉬워했다. 라이벌 김도연(25·K-water)이 직전 열린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세운 한국기록(2시간25분41초)을 넘지 못해 속상한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숱한 좌절이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안슬기는 평소 유명한 격려 문구를 보면서 힘을 얻는다고 했다. 대구마라톤에선 자신의 손등에 ‘밀리면 죽는다’고 쓰고 투혼을 발휘했다. 지금은 어떤 글을 곱씹고 있을까. 그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는 ‘도전에 성공하는 비결은 하나, 결코 포기하지 않는 일’이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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