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김정은을 정상국가의 지도자로 평가하는 이는 거의 없다. 트럼프는 미국의 오랜 전통을 깨뜨리고 있다. 이런 두 사람이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게임체인저로 등장하고 있다. 회담 전망은 그들의 성향만큼이나 예측불허이다. 평화체제에 대한 기대감에서부터 전쟁의지 재확인 용도로 이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엇갈린다. 두 사람이 운에 맡기는 갬블러가 될지 성과를 내려는 승부사가 될지에 따라 한반도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
북한을 상대할 때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겁 좀 먹으라’는 위협을 지속하며 곧잘 전쟁위기설을 부채질했다. 이 작전은 통했다는 게 미국의 평가이다. ‘트럼프는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김정은의 태도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지렛대를 지닌 협상술은 부동산재벌 출신 트럼프의 애용 방식이다.
김정은의 속내는 트럼프보다도 복잡할 것이다. 하지만 치열해 보인다. 리용호, 김영철 등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를 거친 참모들의 힘을 빌려 외교 역량을 키워왔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수시로 내친 트럼프보다도 안정돼 보일 정도이다. 김정은의 지난 3개월의 행보가 이를 말해준다. 그는 신년사를 시작으로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한 뒤 남북정상회담을 약속하고,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하고, 중국을 찾아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났다.
김정은에게 가장 핵심적인 회담은 트럼프와 만남이다. 두 사람은 상대의 수를 알고 있다. 김정은은 트럼프를 상대로 해서는 핵무장과 체제보장, 경제성장을 동시에 담보받을 수 없다는 점을 안다. 비핵화를 두고도 일괄타결과 단계적 타결로 입장이 갈릴 수 있다. 트럼프로서는 한반도 비핵화가 핵심이다. 김정은으로서는 확실한 체제보장이 우선이다.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교환하는 수준이라면 회담은 간단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위기 속에서도 기득권을 확장해왔던 금수저들이다. 그리고 살아남았다. 자신들의 ‘기존 패’를 쉽게 버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지금은 두 금수저 지도자가 모두 확실한 성과를 얻는 ‘윈윈 구도’는 아니다. ‘제로섬 상황’도 아니다. 핵심은 결국 신뢰문제다.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등가 교환을 위해 주변국들이 김정은 이상으로 좀더 움직여야 한다. 대화 물꼬를 튼 우리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북한과 미국 양쪽으로 신뢰를 확보한 곳은 그나마 우리밖에 없다. 긴장 완화의 몫을 트럼프에게 돌렸던 청와대의 보폭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김정은이 정상국가를 향한 열망을 키우고, 트럼프가 북핵 위기를 해결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되려는 승부사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 그리되면 진정한 승부사는 ‘흙수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고 역사가 평가할 여지는 다분하다.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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