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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또 뚫린 학교 안전망…보안관도 CCTV도 소용없었다

입력 : 2018-04-02 19:33:11 수정 : 2018-04-02 22: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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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성 “졸업증명서 떼러왔다” / 방배초 신분증 확인 없이 들여보내 / 4학년 여학생 붙잡고 “기자 불러라” / 갑자기 뇌전증 보여 1시간 만에 제압 / “軍서 질병 생겨… 보상 안해줘 범행” / 학부모 “어떻게 학교 보내나 걱정”
2일 서울 방배초등학교에 한 남성이 침입해 4학년 여학생을 인질로 잡아 경찰과 대치를 벌였다. 남성이 검거된 뒤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귀가 하고 있다.
학교 안전이 또 뚫렸다. 대낮에 20대 남성이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에 침입해 여학생을 상대로 인질극을 벌였다. 여학생을 흉기로 위협한 범인이 1시간 만에 검거됐으나 학생들이 받은 충격은 너무 크다. 학교 측은 “졸업증명서를 떼러 왔다”는 말에 아무 조치 없이 남성을 교내로 들여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잇단 사건·사고에도 안전의식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2일 오후 한 남성이 초등학생을 인질로 잡은 상태로 경찰과 대치하다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한 서울 서초구 방배초등학교 모습. 교문 옆으로 보안관실이 위치해 있고 건물로 향하는 계단에는 CCTV가 설치돼 있다.
◆초등 4학년생 잡고 교무실서 인질극

2일 오전 11시43분 서초구 방배초교 1층 교무실에서 A(25)씨가 이 학교 4학년 여학생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이다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A씨는 수업 준비물을 가지러 교무실을 찾은 B(10)양 등 학생 6명에게 다가간 다음 B양을 붙잡고 흉기를 들이댔다. 당시 교무실에는 여교사 1명과 행정실무사 2명 등 3명만 있었다. 교감 설모씨는 학교 병설 유치원 교무실에 있어 자리를 비웠고 교장실은 교무실 옆에 따로 있었다.

사건 발생 직후 학교보안관 신고로 경찰특공대와 기동타격대, 형사 등이 현장에 출동했다. 인질극 도중 A씨는 “억울한 게 있다. 기자를 불러 달라”고 요구했다. 근접한 경찰은 “흉기를 내려놓으라”고 설득하며 A씨를 진정시키려 했다. 경찰은 A씨에게 담배와 물을 권했고, 인질로 잡힌 아이에게도 빵과 우유를 전달했다. 이때 A씨는 오른손에 쥐고 있던 흉기를 책상 위에 놓았고, 경찰은 옆에 있던 교직원 노트로 흉기를 쳐냈다. 이어 A씨를 덮쳤다. A씨가 흉기를 집으려고 시도하면서 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졌지만, 복도에 대기 중이던 경찰까지 합세해 A씨를 제압했다. 꼭 1시간 만인 낮 12시43분 인질극이 끝났다.

이 학교 졸업생으로 확인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군에서 질병이 생겼다. 가혹행위, 부조리, 폭언, 질타, 협박으로 인해서 정신적 압박 크게 받아서 뇌전증, 조현병이 생겼다”면서 “국가가 보상을 해주지 않아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뇌전증 장애 4급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그 사이 1000명에 달하는 이 학교 학생들은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유모(12)양은 “오전 11시50분쯤 선생님이 갑자기 ‘창문을 내리고 앞문, 뒷문도 닫으라’고 했다. 처음에는 무슨 상황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2일 오후 한 남성이 초등학생을 인질로 잡은 상태로 경찰과 대치하다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한 서울 서초구 방배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사 인솔에 따라 하교하고 있다.

◆출입절차 안지킨 학교보안관

이날 학교보안관은 “졸업증명서를 떼러 왔다”는 A씨 말에 특별한 확인 절차 없이 흉기를 소지한 A씨를 교무실까지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지침에 따르면 학교보안관은 출입자 신분증을 확인한 후 일일방문증을 발급하고 관리대장에 관련 내용을 기재해야 한다. 그러나 이 학교는 이런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신분증 없이 들여보내는 경우가 없는데 졸업생이라 하고 젊어 보여 보안관이 그만 (절차를 놓치고)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학교 학생 임모(12)양은 “어떤 친구 말로는 인질범이 검은색 후드를 뒤집어쓰고 학교에 들어왔다고 한다”고 전했다.

B양은 인질극 종료 직후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친 곳은 없다. 의료진은 “B양에게 외상이 없고 스트레스 반응도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2일 오후 한 남성이 초등학생을 인질로 잡은 상태로 경찰과 대치하다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한 서울 서초구 방배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설치된 CCTV 모습.

이날 방배초교 앞 골목은 아이들을 데리러 온 학부모와 취재진으로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 하굣길에는 굳게 닫힌 학교 정문 틈으로 학부모가 자녀의 학년과 이름을 말하면 학교보안관이 아이를 데리고 나오거나 부모가 직접 학교 안으로 들어가 함께 교문을 나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학년 자녀를 데리러 온 정모(41)씨는 “학교 출입관리가 허술하다는 생각에 불안했다”며 “당장 앞으로 어떻게 아이를 학교에 보내나 걱정”이라고 말했다.

권구성·김주영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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