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씨는 "한 중형병원에서 근무하다가 최근 보건소로 자리를 옮겼다"며 "(기존 병원에서 보면) 요즘 남성 간호사도 적지 않은데, 성별과 관계없이 태움이 있었다. 정말 살인적인 업무 강도가 사람 피말리게 해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C씨는 "병원 일은 일반 서비스 업무와 다르다. 작은 실수 하나 때문에 환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며 "간호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쁘다"고 하소연했다.
D씨는 "간호사를 소모품처럼 여기는 병원문화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며 "이들의 처우도 개선해야 한다. 간호사 1인당 환자수 줄이고, 교대근무 시간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씨는 "출근시간보다 1시간 먼저 와서 1시간 늦게 퇴근하는데, 추가적인 수당 받은 적이 없다"며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면 초과근무 엄청나다. 간호 관련 학과가 많아 배출되는 인력도 많으니 퇴사하면 또 뽑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관리자들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F씨는 "간호사 초봉 자체가 선진국 대비 형편없는 수준이고, 특히 경력간호가 대우가 너무 안 좋다"며 "왜 그리도 많은 간호사들이 퇴사하고, 이직하며, 전직하는지 정부에서 업계 현실을 제대로 파악했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태움' 문화로 대변되는 간호계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를 개선하고, 부족한 간호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보건당국이 최근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대부분 강제규정이 아니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태움은 '재가 될 때까지 불태운다'는 뜻으로 선배 간호사가 후배를 교육한다는 명목으로 괴롭히는 것을 지칭하는 은어다.
보건복지부는 신규 간호사 확대, 입원 병동 간호사의 야간근무수당 추가지급을 위한 건강보험 수가 신설, 태움과 같은 인권침해 행위 시 면허정지 등의 처분 근거 규정을 마련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지난달 20일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간호인력 확대와 처우 개선을 동시에 실시, 경력 간호사가 의료현장에서 떠나지 않도록 막으면서 신규 인력은 계속 공급해 전반적인 근무환경을 개선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태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력 문제와 처우 개선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는 간호업계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왜 많은 간호사들이 퇴사하고, 이직하며, 전직할까?
이들 대책의 실효성을 놓고 벌써부터 우려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정책이 '가이드라인' 마련과 권고, 이행사항 모니터링 수준이어서 의료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처우 개선으로 이어질지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복지부가 내놓은 대책에는 간호서비스 건강보험 수가 개선에 따른 추가수익금을 간호사 처우 개선에 사용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야간근무수당 추가지급을 위한 수가를 신설하면서 야간근무 운영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겠다고 돼 있다.
태움의 원인으로 지적된 신규 간호사의 업무 부적응 문제를 완화하고, 경력 간호사들의 교육부담을 줄이기 위한 신규 간호사 교육·관리 가이드라인도 제정키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는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지키지 않는다고 해도 처벌이 어려울 것"이라며 "향후 법률 개정이나 재정적 지원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유명무실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도 이러한 업계 안팎의 지적은 충분히 이해한다며 우선 제시한 가이드라인 이행 여부를 꼼꼼히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간호대 정원을 늘려 신규 간호사 배출을 확대한다는 데 대해서도 뒷말이 나온다. 단순한 양적 해법만으로 인력난을 해결하는 건 어렵다는 것이다.
적정한 처우 개선이 선행되고, 제대로 된 실습병원을 확보한 간호대학에서 질 좋은 교육받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단순한 양적 해법만으로 인력난 해결 쉽지않아
간호계가 '태움'을 근절하고,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자정 운동에 나섰다.
대한간호협회는 병원간호사회, 중소병원간호사회와 공동으로 지난달 2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간호 조직 체계 및 문화 혁신' 자정선언을 하고, 10가지 실천과제를 제시했다.
실천과제에는 태움 등으로 경직된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신규 간호사의 교육 기간을 보장해 신규 간호사는 물론 선배 간호사도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돕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일에 서툰 신규 간호사들이 임상현장에 바로 투입됨으로써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간호사에게 주어지는 불법 연장 근로나 간호 외 업무 등도 거부하겠다는 입장도 명확히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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