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단원고 교실 존치는 욕심이 아니었는데…"

입력 : 2018-03-29 15:53:58 수정 : 2018-03-29 16:37:08

인쇄 메일 url 공유 - +

지하철 4호선 고잔역에 내려 10분 정도 걸으면 경기도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에 마련된 ‘단원고 4·16 기억교실’을 만날 수 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월16일부터 시민들의 힘으로 기록, 수집 그리고 보존활동이 시작한 이래 여러 단체가 힘을 합치고 현재 기억교실 운영을 담당한 ‘4·16 기억저장소’가 단원고에서 가져온 희생자 학생들의 책상과 각종 비품을 놓으면서 2016년 11월21일 모두에게 공개됐다.

건물 1층과 2층에 마련된 기억교실. 하지만 학생들이 머물던 곳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1층은 원래 교실의 80여%, 2층에 마련된 교실은 기존과 70% 정도 유사할 뿐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애초 건물 모양이 학교와 다른 탓에 책상 배열도 원래 아이들이 생활하던 곳과 많이 차이가 나고, 사물함도 다르게 놓여 완벽히 교실을 재현하기보다는 단지 ‘따라’한 것에 가깝다.

 

경기도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에 마련된 ‘단원고 4·16 기억교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사 당일 관련 내용을 제대로 보고 받지 않았으며 뒤늦게 대처하는 등 대통령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28일 드러나면서 관련자들의 엄격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가운데, 하루가 지난 29일에도 영상 촬영 차 들른 지방 교육청 관계자들과 평소 기억교실을 오가는 것으로 추정된 방문객들 이름이 방명록에 남을 만큼 여전히 많은 이들은 기억교실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동안 전국의 여러 학교가 방문할 정도로 기억교실의 가치는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

매일 번갈아 가며 시간을 쪼개 기억교실 방문하는 이들을 맞이하는 희생자 학생 엄마들은 남모를 속앓이를 해왔다. 아이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사고 중대성을 일깨워 다시는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자는 차원에서 단원고에 교실을 존치하고자 노력했지만, 여러 이유로 물품들이 단지 재배열되는 차원에서 마련된 기억교실을 보노라면 많은 이들이 찾아와 학생들의 넋을 기리고 기억해줘 고마우면서도 마음속 상처는 아물지 못한다.

 
경기도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에 마련된 ‘단원고 4·16 기억교실’


처음부터 단원고 교실 존치를 둘러싼 반응은 엇갈렸다. 흔적 남겨두고픈 유족의 마음이 이해된다는 말과 교실을 그대로 두면 다른 재학생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고의 중대성은 알지만, 다른 방법도 있을 거라는 주장도 있었다.

아들을 세월호 참사로 떠나보낸 A씨는 이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단원고에 교실을 존치하고자 했던 건 엄마들의 욕심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나마 기억교실이 설치된 별관을 리모델링한 뒤, 원래에 가깝게 교실을 복원키로 교육 당국이 결정해 A씨를 비롯한 부모들에게 다소 위로가 된다.

 
수학여행을 앞두고 단원고가 발송한 가정통신문.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작년 12월 수원시 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원고 인근에 시설을 건립한다는 애초 계획을 포기하고 현재 안산교육지원청 본관과 부속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재건축해 ‘4·16 민주시민교육원’을 설립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 단원고 희생 학생들이 사용한 교실을 이전해 재현한 ‘단원고 4·16 기억교실’ 외에는 이렇다 할 결실을 내지 못했다”며 “희생 학생 250명과 교사 11명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4·16 민주시민교육원 건립을 계기로 참사의 아픔을 넘어 희망을 만들어 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교실이 복원된다고 해도 먼저 자녀를 떠나보낸 부모의 상처는 씻기지 않을 수밖에 없다. A씨는 “매일 이렇게 살아갈 것”이라며 “죽는 날까지 상처가 그대로 남아있을 것 같다”고 말끝을 흐렸다.

안산|글·사진=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박보영 '상큼 발랄'
  • 박보영 '상큼 발랄'
  • 고윤정 '매력적인 미모'
  • 베이비돈크라이 이현 '인형 미모'
  • 올데이 프로젝트 애니 '눈부신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