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학년도 초등학교 국정 사회교과서 ‘시안’에 1987년 1월 경찰의 물고문으로 사망한 박종철(당시 25세) 열사 고문치사 사건이 처음으로 소개돼 학부모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박 열사 가족은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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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4일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마석리 모란공원묘원에서 박 열사 31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
은숙씨는 학교에서 싸움이라도 한 줄 알고 자세히 물어보니, “외삼촌 고문치사 사건을 얘기하시던 선생님이 웃으면서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말하자 일부 애들은 따라 웃고, 진지한 면이 하나도 없어 너무 속상했다”고 하는 소리를 듣고 어린 아들이 외삼촌의 아픈 과거를 다 알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은숙씨는 이어 “동생이 경찰 수사관의 물고문으로 사망한 지 만 31년이 지났고 지금 학교에는 젊은 교사, 연세든 교사가 계시는데 40대 중·후반 이후 교사들은 당시의 실제상황을 매스컴을 통해 알고 있지만 젊은 교사들은 사실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책을 통해서 밖에 파악이 안 되는 상황이다”며 “6월 항쟁의 시발점이 된 ‘경찰이 은폐하고 검찰이 두둔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대해 교과서에서 세세히 충분히 설명한다면, 교사들마저 민주화 과정의 가슴 아픈 역사를 우스꽝스럽게 설명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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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균(박종철열사기념사업회장) 서울대 명예교수가 박 열사 사망 31주기인 지난 1월 14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옛 치안본부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 앞에서 ‘남영동 대공분실을 시민의 품으로!’ 돌리라는 포스터를 앞세운 채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박종철열사기념사업회 제공 |
포털사이트에서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네이버에서 아이디 soft****를 쓰는 네티즌은 “근현대사의 가장 큰 사건이 대통령직선제이고, 국민이 처음으로 직접선거로 대통령을 뽑게 됐는데 그 이유가 바로 박종철이 고문으로 죽었기 때문에 촉발된 거였지... 교과서에 실리는 게 너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pipe****는 “팩트라고 무조건 가르치는 게 우선인 가. 초등학생들이 받을 충격도 생각을 해야지 ㅉㅉ”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현직 역사교사라고 밝힌 jinw****는 “초등에서는 5. 6학년 때 사회교과서에서 역사를 배우는데 이 나이면 충분히 배울 요소라고 생각한다. 독일에서는 유태인 학살사건을 더 어린 나이에 학살방법까지 배운다”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내년도 초등학교 사회교과서는 앞으로 각계 의견 수렴과 전문가토론회 등을 통해 수정·보완작업을 거쳐 올해 말까지 최종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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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20일 부산 수영구 남천동 ‘남천 사랑의 요양병원’에 노환으로 입원 중인 박 열사 부친 박정기(89)씨를 예방, 과거정권의 폭압정치에 대해 사과하고 “앞으로 더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왼쪽부터 문무일 검찰총장,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박종부 박종철기념사업회 이사, 박정식 부산고검장, 누나 박은숙씨) |
당시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허위조사 결과를 발표해 단순 쇼크사로 위장하려 했고 검찰은 이를 두둔, 사건을 은폐하는데 동조한 사실이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에서 뒤늦게 밝혀졌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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