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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의회에서 열린 제351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경남도의회 4인 선거구를 대폭 축소한 조례 개정안인 ‘경상남도 시·군의회의원 선거구와 선거구별 의원정수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이 가결되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정당 관계자들이 이를 반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
◆4인 선거구 쪼개는 시·도의회… 기초의회 기득권 놓지 못하는 거대정당
18일 각 시·도 선거구획정위원회와 시·도의회에 따르면 대전·인천·부산시의회와 경북·경남·경기도의회는 각 시·도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출한 4인 선거구 수를 줄이고 이를 2인 선거구로 쪼갠 수정안을 의결했다. 전체의원 57명 중 46명이 한국당 소속인 경남도의회는 경남도 선거구획정위의 4인 선거구 14개 확대 안을 4개로 수정했다. 선거구는 2인 선거구 64곳, 3인 선거구 28곳, 4인 선거구 4곳으로 최종 획정됐다. 이는 2014년 제6기 지방선거보다 4인 선거구는 2곳 늘었지만 2인 선거구는 오히려 2곳 늘어나고 3인 선거구는 3곳 줄어든 것으로 중선거구제 취지에 역행한 선거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바른미래당 하선영 경남도의원은 “1·2위 후보만 당선하는 소선구제에서는 다양한 민의를 담아낼 수 없다”며 “한국당이 획정안에서 더 나아가지는 못할망정,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자는 도민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퇴행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대전시의회는 지난 13일 대전시 선거구획정위가 제출한 4인 선거구 2개 확대 안을 4인 선거구로 모두 쪼개 수정·의결했다. 2014년 지방선거와 똑같이 2인 선거구는 9곳, 3인 선거구는 19곳으로 최종 통과됐다. 민주당 15명과 한국당 4명 등 어느 시의원도 수정안 의결에 반대의견을 내지 않아 기초의회 기득권을 장악하려는 양당의 짬짜미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윤기 정의당 대전시당위원장은 지난 12일 4인 선거구 도입을 요구하는 철야농성을 벌이기도 했지만 시의회의 수정안 통과를 막을 수 없었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4인 선거구 쪼개기에 대해 정의당과 미래당 등은 “거대 정당의 기초의회 기득권 지키기”라고 비판한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2014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336개 기초의원 당선자 중 양대 정당 후보가 아닌 경우는 단 4명, 1.1%뿐이었다”며 “4인 선거구 쪼개기는 자신의 텃밭은 독식하겠다는 끝없는 탐욕”이라고 지적했다. ‘공천=당선’인 2인 선거구 제도 아래에서는 해당 지역구 의원과 거대 정당이 기초의원 공천으로 내 사람 챙기기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선거구획정위 존중하지 않는 시·도의회… 일부 지자체 선거구획정위에 노골적으로 개입
선거구획정위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학계·언론·법조계·시의회 등 각계의 추천을 받아 운영되는 독립적인 기구로, 시·도지사는 획정위의 선거구획정안을 조례로 시·도의회에 제출한다. 선거의 이해 당사자인 시·도의회의 영향력을 배제해 인구 편차와 중선거구제 도입이라는 취지에 따라 공정하게 선거구를 획정하기 위해 독립된 별도 위원회를 만든 것이다. 그러나 시·도의회에서 선거구획정위원회 안을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어서 선거구획정위에서 아무리 독립된 안을 만들더라도 시·도의회를 거치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24조 3항에 따르면 시·도의회가 자치구 시·군·구의원선거구역에 관한 조례를 개정할 때는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선거구획정안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구획정위의 획정안이 시·도의회에는 ‘존중’의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선거구획정위의 안이 무시되고 있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시·도의회가 획정위의 안을 수정·의결할 수 없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선거구획정위원에 시·도의회 추천 인사 또한 배제해야 이해관계 당사자로부터 완전히 독립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거구획정안이 초안에서 대폭 축소된 서울시의 경우 시에서 참고용으로 제안한 선거구획정안이 일부 수정을 거쳐 위원회 안으로 통과돼 논란이 일었다. 지난 10일 선거구획정안 의결을 앞두고 시는 4인 선거구 6개 안을 담은 안을 획정위에 제공했다. 지난해 12월 4인 선거구의 35개 확대안을 초안으로 제시한 획정위는 시의회·구의회 등의 반대 때문에 4인 선거구 확대에 부담을 느껴왔다. 결국 획정위는 시의 안에 동대문구 사 선거구를 추가해 4인 선거구 7개 안을 최종 의결했다. 초안보다 4인 선거구가 28개나 줄어든 것이다. 획정위 관계자는 “서울시는 참고용이라고 말했지만 대폭 줄어든 안에 획정위원들이 압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시가 의결을 앞두고 안을 제시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선거구획정안 의결 앞둔 서울·대구·전북… 원안 통과 불투명
오는 20일 서울시의회는 선거구획정안을 본회의에 올려 의결한다. 민주당·한국당 서울시당은 4인 선거구 7개 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며 2인 선거구로 쪼개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당 서울시당은 19일 민주당 여의도 당사 앞에서 4인 선거구 확대를 위해 민주당의 동참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서주호 정의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은 “서울시의회의 압도적 다수를 구성하는 민주당마저 기득권 유지에 혈안이 되어 4인 선거구 대폭 확대를 반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9일 선거구획정안을 의결하는 대구시의회는 한국당 대구시당의 반대로 4인 선거구 6개 안이 2인 선거구로 쪼개질 가능성이 높다. 장태수 정의당 대구시당위원장은 지난 15일부터 대구시 선거구획정위의 획정안 원안 통과를 주장하며 시의회 앞에서 단식 농성을 펼치고 있다. 장 위원장은 “경기에 심판 역할을 하는 선거구획정위가 결정한 이 규칙을 선수로 참가하는 한국당 한 팀만이 독점적으로 룰을 바꾸겠다는 것은 공정한 경기의 기초에도 어긋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계명대 김관옥 교수(정치외교학)는 “특정 정당이 지자체장과 의회까지 독점하면서 의회의 지자체 견제와 비판 기능이 사라지고 있다”며 “4인 선거구 확대로 소수 정당과 다양한 정치색을 가진 정치신인의 등용을 보장해 기초의회의 토론과 지자체 견제를 활성화한다면 풀뿌리 민주주의의 내실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시·도의회에서 선거구획정안이 수정된 지역(단위: 곳)
지역 / 2인 / 3인 / 4인
<대전>
선거구획정위안 /5/ 12/ 2
시의회 수정안/ 9/ 12/ 0
<경기>
선거구획정위안/ 80/ 74/ 2
도의회 수정안/ 84/ 74/ 0
<인천>
선거구획정위안/ 13/ 20/ 4
시의회 수정안/ 22/ 18/ 1
<부산>
선거구획정위안/ 30/ 23/ 7
시의회 수정안/ 44/ 23/ 0
<경남>
선거구획정위안/ 38/ 32/ 14
도의회 수정안/ 64/ 28/ 4
지역 / 2인 / 3인 / 4인
<대전>
선거구획정위안 /5/ 12/ 2
시의회 수정안/ 9/ 12/ 0
<경기>
선거구획정위안/ 80/ 74/ 2
도의회 수정안/ 84/ 74/ 0
<인천>
선거구획정위안/ 13/ 20/ 4
시의회 수정안/ 22/ 18/ 1
<부산>
선거구획정위안/ 30/ 23/ 7
시의회 수정안/ 44/ 23/ 0
<경남>
선거구획정위안/ 38/ 32/ 14
도의회 수정안/ 64/ 2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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