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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상고심을 앞두고 변호인 선임과 재판부 배정 등에 따라 전관예우, 학교 선·후배 관계에 따른 기피신청, 회피 등 법률용어 싸움부터 불이 붙었다. 사진=뉴시스 |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상고심이 시작하기도 전 법률용어 싸움부터 불붙고 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한 뇌물 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하다가 지난달 5일 2심에서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판결에 힘입어 353일 만에 서울구치소에서 벗어났다.
이 부회장의 수사를 진행했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당연히 상고했고 이 부회장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대법원 판단을 구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재판을 놓고 전관예우와 제척사유, 기피, 회피 등 학창 시절 잠깐 스쳐 지나갔던 각종 법률용어가 튀어 나오고 있다.
▲1라운드는 가장 널리 알려진 법률용어 '전관예우'
전관예우라는 말은 애당초 전직 판사 또는 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하여 처음 맡은 소송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아내는 특혜를 지칭한 용어였으나 지금은 수임 소송 전체를 통틀어 가리지 않고 쓰이고 있다.
얼마나 피해가 막심했으면 변호사법에도 전관예우 방지에 관한 장치가 마련돼 있다.
지난달 25일 이 부회장 상고심 변호인단에는 차한성(64·사법연수원 7기) 전 대법관이 합류했다.
2008년 3월~2014년 3월 대법관으로 있으면서 법원행정처 차장과 법원행정처장 등 법원 내 요직을 거친 '정통 엘리트 법관'인 차 전 대법관은 현 대법원 판사들과도 이런 저런 인연으로 얽혀 있다.
그러자 "차 변호사 선임은 전관예우를 노린 수"라는 지적이 쏟아졌고, 차 전 대법관에게 사임을 요구하는 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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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상고심 주심을 맡은 조희대 대법관. 조 대법관은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에 합류한 차한성 전 대변인과 고교 및 대학 후배인 만큼 본의 아니게 이상한 시선을 받았다. 연합뉴스 |
▲2라운드는 대법원 3부 배당에 따른 인연 논란
7일 대법원은 재판부 배당 원칙(전산 추첨)에 따라 이 부회장의 상고심을 3부에 배당했다.
대법원 3부는 주심 조희대(61·사법연수원 13기)를 비롯한 김창석·김재형·민유숙 대법관이 소속돼 있다.
주심인 조 대법관은 차한성 변호사의 경북고, 서울대 법대 3년 후배로 이른바 '하늘과 땅 차이'의 선·후배 사이다.
이런 까닭에 이번 대방을 두고 이런 저런 말이 나돌았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차 변호사를 처음 본 대법관을 찾으라는 말인가"라고 반문하며 30년 이상을 재판에 임한 대법관을 놓고 그런 인연을 운운하는 자체를 못마땅해 했다.
▲3라운드는 검찰의 기피신청, 대법관의 회피,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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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의 상고심에 앞서 이 부회장 변호인단에 합류한 차한성 변호사. 차 변호사는 법원행정 차장과 처장, 대법관 등을 지내는 동안 거의 모든 대법원 식구들을 알고 있어 전관예우 등의 논란을 낳았다. 더욱이 상고심 주심인 조희대 대법관의 고교 및 대학 선배여서 뒷말이 무성했다. |
재판관이 관련 사건 관계자와 혈연 혹은 사건에 관여한 경력 등에 얽혀 있다면 불공정한 재판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법은 이런 우려를 제거하기 위해 '제척'(법관을 사건 심판으로부터 제외)이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제척 사유는 없지만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다면 검사 또는 피고의 신청으로 법관을 직무집행으로부터 제외시키는 '기피' 제도가 있다.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대법원은 해당 대법관의 의견을 들은 뒤 '기각' 혹은 '직무 배제'를 결정한다.
또 기피 사유가 있다고 생각되는 법관, 혹은 재판부가 스스로 사건의 직무집행으로부터 물러서는 '회피'라는 제도도 있다.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하며 회피가 인정되면 다른 법관 또는 재판부가 사건을 맡는다.
▲차한성 변호사, 2009년 대법관 기피신청 기각한 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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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당시 차한성 대법관은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기피신청의 재판장을 맡아 기각 결정을 내렸다. |
재미있는 것은 차한성 변호사가 대법관 시절이던 2009년 당시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기피 신청건의 재판장을 맡아 기각한 전력이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의 상고심을 앞두고 시위 당사자들이 신 대법관에 대해 기피 신청을 냈고 차 대법관 등으로 이뤄진 대법원 재판부는 '재판부 재배당이 이뤄져 기피신청 이유가 사라졌다'며 기각했다.
▲ 4라운드, 후배 조희대 배정된 후 차한성 변호인 사임
대법원이 이재용 부회장 재판부를 배정한 얼마 뒤인 7일 오후 차한성 변호사는 소속 법무법인 태평양을 통해 "사회적 우려를 겸허히 받아들여 담당 변호사 지정을 철회했다"고 알렸다.
전관예우 논란에다 고교 후배가 주심을 맡았다는 부담감, 혹시나 있을 검찰의 대법관 기피신청 등 고심끝에 재판에서 발을 뺏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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