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당대의 현실을 반영하고 그 부조리를 타파하는 일일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이라고 이러한 기능이 유효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유신독재와 군사정권 시절에는 그 역할이 더 절실하게 전면에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강직한 품성으로 한국 현대사의 첨예한 문제들을 소설에 녹여온 송기숙씨. 그는 “도깨비로 살면서도 도깨비인 줄 모르는 이들을 깨우치는 게 문학의 사회적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창비 제공 |
1966년 ‘대리복무’를 발표하며 소설가로 살기 시작한 이래 40여년 동안 써온 송기숙의 중단편소설들을 망라한 전집이 창비에서 출간됐다. 조은숙 전남대 교수가 9년에 걸쳐 작품들을 5권으로 정리해 내놓은 이 전집은 소설가 송기숙의 작품세계를 체계적으로 조망한다.
평론가 염무웅은 소개글에서 “송기숙이 소설창작에 몰두하던 시기, 즉 1970~90년대도 어느덧 20여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 젊은 독자들 중에는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고, 설사 그의 소설책을 잡는다 하더라도 많은 독자는 거기에서 ‘시대를 관통하는’ 살아있는 문제의식을 발견하기보다 시대에 뒤처진 ‘감각적 낙후’만을 느낄 가능성도 있다”면서 “송기숙 문학의 진정으로 뛰어난 점은 그가 인간 심성의 원초적 바탕에 대해 단지 낙관과 신뢰를 가지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실제의 역사적 상황 속에서 어떻게 당면한 사회적 조건들과 부딪치면서 구체화되어왔는가를 끊임없이 소설적으로 묻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고 적시했다.
1978년 ‘교육지표’ 사건과 1980년 광주민주화항쟁 당시 시민수습위원으로 참여해 옥살이를 하면서 전남대 교수직에서 해직과 복직을 거듭했던 송기숙에 대해 가까이서 그를 인터뷰하고 작품들을 편집한 조은숙 교수는 “몇 가지 사건 때문에 송기숙의 문학을 민중문학으로만 재단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송기숙 문학의 가장 큰 특징은 당대 약자들의 삶을 다루면서도 김유정이나 채만식처럼 해학과 풍자를 담아 시대의 문제를 두루 잘 녹여낸 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송기숙의 강직한 인간적 품성과 미덕을 두고 동료 문인들은 ‘순 조선 얼굴’ 혹은 ‘산적 같은 인상파’라는 애틋한 별명들을 붙였거니와, 평론가 임규찬은 “송기숙만의 소설적 특징으로 우리의 눈에 쉽사리 잡히는 것은 한결같이 황소고집이고 세상과 쉽게 타협할 줄 모르는 주인공들”이라면서 “작가 자신의 인간적 면모에 자연스럽게 합치하는 인물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이 ‘인간천연기념물’ 송기숙은 지금 5·18광주민주화항쟁 당시 당한 고문 후유증을 안고 휠체어에서 투병 중이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