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싱글 라이벌 격돌 이목/메드베데바 작년 부상 부재속/자기토바 국제대회 잇단 제패/두 선수 단체전서 환상적 연기/쇼트선 메드베데바 세계新/프리선 자기토바 압도적 1위/단체전서 加이어 은메달 견인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19·러시아)와 알리나 자기토바(16·러시아)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선수들이다. ‘동계올림픽의 꽃’인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16·2017년 세계선수권 2연패를 하면서 김연아 은퇴 이후 피겨 여왕 자리에 오른 메드베데바의 무난한 금메달이 전망됐지만 당시 15세이던 ‘신성’ 알리나 자기토바가 혜성처럼 등장하면서 이파전이 만들어졌다. 자기토바는 메드베데바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지난해 러시아선수권과 국제빙상연맹(ISU) 그랑프리 파이널을 연이어 제패했고 1월 열린 유럽선수권에서는 메드베데바를 2위로 밀어내고 정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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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 |
여자 싱글 최고 라이벌로 떠오른 두 선수가 승부에 앞서 한팀으로 나서 나란히 환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자기토바는 12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83.06점, 예술점수(PCS) 75.02점을 합쳐 158.08점으로 5명의 팀이벤트 여자 싱글 선수 가운데 여유 있게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유럽선수권대회에서 메드베데바를 제치고 우승했을 때 기록한 157.97점을 뛰어넘은 개인 최고점이다. 메드베데바가 보유한 프리스케이팅 세계최고기록 160.46점도 2.38점차까지 추격했다. 레온 밍쿠스의 ‘돈키호테’에 맞춰 연기한 자기토바는 7개의 점프 과제를 모두 가산점이 붙는 후반에 배치했고, 점프 높이와 스피드에서도 다른 선수들을 압도하며 자신이 강력한 우승후보임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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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나 자기토바 |
메드베데바는 후배 자기토바의 연기가 시작되기 전에 손을 모으고 긴장감을 표시했고, 자기토바가 연기를 마친 뒤에는 함께 채점을 기다렸다. 이후 높은 점수가 나오자 마치 자기 일인 듯 환호했다. 메드베데바는 하루 전 열린 단체전 쇼트프로그램에 자기토바 대신 나섰다. 이 경기에서 메드베데바는 압도적 기량으로 81.06점의 기록을 받았다. 이는 자신이 지난해 4월 2017 ISU 팀트로피에서 작성한 역대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 최고점(80.85점)을 0.21점 끌어올린 세계 신기록이다. 무엇보다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모두 고난도 타노 점프(손을 들어 올리고 점프하는 동작)로 소화하는 등 부상에서 완벽히 회복한 모습을 보여줬다.
두 선수의 합작으로 러시아는 여자싱글에 주어지는 팀 포인트 20점을 모두 따내며 미국을 제치고 은메달을 획득했다. 금메달은 남자 싱글, 페어, 아이스댄스에서 골고루 좋은 성적을 올린 캐나다가 차지했다. 무엇보다 여자 싱글 챔피언 자리를 놓고 치열한 다툼이 예상되는 두 선수가 모두 최고 컨디션임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21일 예정된 개인전을 향한 기대감은 한층 커지고 있다.
강릉=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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