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SNS에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16세 소년의 꿈은 아이돌이나 운동선수가 아닌 ‘대농(大農)이다.
지난해 9월 KBS ‘인간극장’ 을 통해 공부보다 농사가 좋다는 15세 소년 농부 한태웅 군의 특별한 전원일기가 소개됐다. 할아버지 한영운 (73) 씨와 할머니 이영순 (66) 씨의 손에서 자란 한 군은 할아버지처럼 ‘멋진 농부’가 되는 것이 장래희망이다. 앞으로 10년 안에 소 100마리, 논밭 2만평 이상을 일구는 행복한 대농이 되겠다 말한다.


‘스냅백’ 보다는 ‘새마을 운동’ 모자가 익숙하고, 신형 스마트폰보다는 신형 트랙터에 관심이 많은 한 군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할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그의 몸에 스며든 구수한 사투리 말투나 능청스러운 몸사위도 화제가 됐다.
한태웅 군은 ‘인간극장’의 주인공이 되기 전에도 방송에 출연해 농사에 대한 그의 꿈과 야망을 드러낸 바 있다. KBS의 고민 상담 프로 ‘안녕하세요’에서 ‘사춘기’ 대신 ‘농번기’를 앓고 있는 아들로 등장했던 것. 당시 한 군의 부모는 공부는 뒷전이고 종일 농사에만 매달리는 아들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부모의 걱정 어린 시선에도 한 군은 끄떡없었다. 그는 “농부가 제 천직인 것 같다”며 “농업과 축산업을 살리고 싶다”고 단언했다. 녹화 말미에 가서야 “농고에 가기 위해 쬐~끔 공부하겠다”는 말로 겨우 어머니를 달랬다.
한태웅 군의 확고한 신념과 열정이 드러난 ‘안녕하세요’와 ‘인간극장’ 방송 이후 누리꾼들은 어린 농부의 꿈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이에 한 군은 지난 11월 인스타그램을 개설하면서 ‘대농’의 꿈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는 자신의 근황을 누리꾼들에게 알렸다.



세련된 맛집과 귀여운 고양이 사진이 일색인 SNS 플랫폼 인스타그램에서 한 군의 ‘농스타그램’은 단연 눈에 띈다. 그는 자신의 농장을 배경으로 키우는 소를 찍어 올리고, 추수 끝 인증샷을 공유한다.‘#열심사는겨 #트랙터바꾸고싶다 #농스타그램’ 과 같이 구수함을 물씬 풍기는 해시태그는 필수다.
올림픽을 앞두고 전국이 들떠있던 지난 8일에도 한 군은 여물을 먹는 소들의 동영상을 게시했다 ‘#내새끼둘밥주기 #항상똑같은일상 #농스타그램 #태웅농장 #태웅목장 #열심사는겨 #행복하는겨’ 동영상 아래 붙여둔 해시태그만 봐도 그가 농촌의 평화로운 일상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껴진다.
한태웅 군의 #농스타그램 을 지켜보는 11만 5천명의 팔로워들은 모두 한 마음으로 소년이 ‘풍작길’ 만 걷기를 응원하고 있다.
이아란 기자 aranciata@segye.com
사진 = kbs, 한태웅 군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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