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는 명확하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게 아니라 한겨울 꽁꽁 언 강에서 우주를 보았다. 물이 공기를 만나 기포가 만들어진다. 얼음 속 동그란 기포는 별의별 별이 된다. 출렁이는 물결이 얼어붙으며 궤도를 그린다. 겨울 강의 미세한 기포와 물결이 얼며 우주의 판타지를 만들었다. 간간이 내린 눈은 얼음과 만나 성운이 되고 은하수를 만든다. 궤도를 따라 별이 돈다. 빛을 내며 폭발하는 초신성이 보이고, 블랙홀이 입을 벌린다. 태풍을 닮은 성운과 빛의 꼬리를 내며 지나가는 혜성도 보인다. 얼음이 이렇게 다양한 우주의 이미지를 품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작가의 상상력과 관찰력이 또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얼어붙은 겨울 강에서 건진 주기중의 우주는 2월 19일부터 3월 5일까지 서울 서소문로 순화동천에서 만날 수 있다.
허정호 기자 h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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